‘이슈는 이슈로 덮는다’…靑 인사 개입 논란 물타기?

지난 9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기무사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시민사회 긴급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기무사 해체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 계엄령 선포 및 위수령 발령을 검토했다는 문건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진보진영에선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청문회 개최는 물론 기무사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탄핵심판 불복으로 치안이 극도로 무질서해질 경우를 대비한 비상조치였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아울러 보수진영에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인선 개입을 물타기 하고자 기무사 문건을 ‘침소봉대(針小棒大-바늘만한 것을 몽둥이 만하다고 과장한다는 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기무사 문건 논란에 대해 짚어봤다.


한국당 “침소봉대식 쿠데타 음모론…기무사 해체 의도”


범진보 “한국당 궤변‥기무사와 함께 해체돼야 할 집단”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언론을 통해 공개한 국군기무사령부 문건에는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당시 기무사가 계엄령 선포 및 위수령 발동을 검토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문건에는 탄핵심판에 불복한 시위대가 경찰의 통제를 벗어날 만큼 심각한 폭력시위로 변질될 경우 치안 유지를 위해 군부대를 투입하는 등 군이 경찰을 대신해 통제하는 ‘위수령 발령’과 나아가 북한 도발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위수령의 상위라 할 수 있는 ‘계엄령 선포’에 대한 요건 및 절차 등이 담겨 있다.


이철희 의원은 지난 5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 문건은 기무사가 작성했고,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한민구 전 장관에게 보고된데 이어 직무가 정지돼 있었던 박 전 대통령 등에게까지 보고됐을 것이라 의심했다.


이철희 의원은 특히 계엄군 편성안에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등 4개 중요시설은 최소 3개 여단 규모의 병력으로 지키고 광화문에는 공수부대를 포함한 3개 여단, 여의도에는 기계화사단을 보내는 등 군이 모든 정부부처를 장악하고 보도 검열단을 만들어 언론을 통제하는 지침을 만드는 등 유사시를 대비한 검토가 아니라 실행계획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우 “있지도 않을 일 있다고 우긴 2008년 광우병 사태하고 똑같아”


유사시를 대비한 검토가 아니라 실행계획이라는 이철희 의원의 주장에, 기무사 문건이 작성된 지난해 3월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은 지난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만약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이 기각됐을 때 시위가 더 격렬해 질수 있겠다고 해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예를 들어 청와대 습격이라든지 무력시위 그렇게 해서 일반적인 행정부처가 공공의 안녕을 유지 못해 치안이 극도로 무질서해지고 이렇게 됐을 경우 국정 혼란 등 군이 취할 수 있는 비상조치가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나 이런 것을 검토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영우 의원은 “기무사의 경우 국방부 장관을 정책적으로 보좌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이런 것은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데, 민주당에서 이것을 정권 탈취를 위한 쿠데타 이러는데 이것은 기무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침소봉대식 쿠데타 음모론”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렇게 검토한 문건이 나온 것만 가지고 마치 군정을 획책하고 쿠데타를 일으키려고 했던 것처럼 하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되고, 2008년 광우병 사태하고 똑같은 것 같다”며 “있지도 않은 일을 있다고 우기면서 미국의 소가 그냥 쓰러지는 광경만 보고 미국 소고기 수입해서 먹으면 다 뇌에 구멍 난다고 그러지 않았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 시기에는 북한이 북극성 2호도 발사했고, 3월에는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북의 도발 위협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군 차원의 대비가 필요했다는 게 핵심”이라고 부연했다.


김영우 의원에 앞서 김진태·김태흠 한국당 의원도 전날(8일)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기무사 와해 공작을 당장 중단하라”며 “좌파정부가 기무사 해체를 하려는 의도이거나, 국가정보원 장악과 검찰 및 법원 장악에 이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군마저 뜯어 고치고 자신들의 코드에 맞는 인사들로 채우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지난해 10월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국방위원회의 병무청 국정감사를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주재하고 있다.

기무사 해체 한 목소리…진보진영 단일대오


한국당의 반발에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6개월 가까이 진행된 촛불집회에서 한 건의 폭력이나 무질서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막연히 소요사태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세웠다고 하는 건 궁색한 변명”이라며 “기무사 와해라고 호도하는 한국당은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기무사 문건의 작성 경위와 작성 지시자, 실제 실행 준비 등에 대해 당국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강력 촉구한다”며 “필요하다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열어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내고 책임자를 끝까지 밝혀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야권 일각으로부터 ‘민주당 2·3중대’라 지적받고 있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민주당과 궤를 같이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기무사가 촛불집회에 총부리를 겨눌 계획을 세웠다니,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정권 차원에서 위법적 지시를 내린 사람들과 당시 군의 책임자들을 모두 발본색원해서 엄중 처벌해야 하고, 기무사는 당장 해체하거나 해체에 버금가는 대수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역시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상무위원회의에서 “한국당 몇몇이 기무사 문건에 대해 비상상황에 대비한 것뿐이라는 궤변을 했는데, 촛불시민에 대한 무력진압이 당연하다는 이들은 쿠데타의 몸통세력이며 기무사와 함께 해체돼야 할 집단”이라며 기무사와 한국당에 대한 동시 해체를 주장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행동 기록 기념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민중공동행동, 416연대 등 진보성향 시민단체들도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무사의 전신인 국군보안사령부는 1979년 12·12 쿠데타를 일으켰고,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을 총칼로 진압하는 만행을 주도했다”며 “기무사로 이름을 바꾼 뒤 이명박 정부에서는 용산참사,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여론조작과 정부비판 인사 사찰을 자행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기무사가 존재하는 한 군의 정치적 중립은 존재할 수 없으므로 기무사를 해체해 군에 대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과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등을 성역 없이 수사하고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즉시 직무에서 배제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상무위원회에서 이정미(가운데) 대표가 기무사 계엄령 계획 관련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강연재 “뭔가를 덮고 싶어서?…장하성 실장의 국정농단?”


김성태 “인사개입보다 더 심각한 것은 靑 부인과 거짓말”


기밀 문건 유출 프레임 전환 시도하는 한국당


진보진영이 일제히 포문을 열고 기무사 문건 관련자들의 철저한 수사와 기무사 해체를 촉구하고 나서자, 한국당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문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주장하면서도 ‘기밀 문건 유출’로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다.


김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박근혜 탄핵 우려먹기에 나서고 있는 문재인 정권이 이제는 기무사 문건까지 들먹이며 적폐몰이를 계속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데로 기무사 문건에 계엄령과 쿠데타 흔적이 있다고 한다면 이는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야 할 사안임에 틀림없지만 그와 더불어 기무사의 은밀한 문건이 지난 한주 난데없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배경에 대해서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행은 “꽁꽁 숨겨놓기 마련인 정부기관의 문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공개된 일은 그 유례가 없다는 점에 결코 우연이라 하기 어렵다는 것을 지적한다”며 “어떤 경우든 계엄령과 쿠데타 흔적이 남아있다면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지만 계엄령의 진상과 문건 집단유출의 진상을 동시에 밝혀야 할 것”이라며 문건 유출 경위에 대해서도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뭔가를 덮고 싶은 文 정권?


아울러 보수진영 일각에선 민주당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인선 개입을 물타기 하고자 기무사 문건을 침소붕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한국당 후보로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 출마했던 강연재 변호사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권과 언론이)소설을 쓴다. 왜곡, 억지, 오바가 도를 넘었다”면서 “(기무사 문건의 핵심은)촛불집회에 위수·계엄령 검토가 아니라 ‘경찰서 방화, 경찰 무기까지 탈취한 과격폭동 사태와 위수·계엄령’이 정확한 워딩”이라고 꼬집었다.


강 변호사는 “군이 마땅히 할 수 있는 검토안도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면 문재인 정부는 위와 같은 폭동 사태를 상정했을 때 어떻게 대응, 진압할 생각안지 밝혀보시기 바란다”며 “권력과 언론의 장난질, 사기질 다 꿰뚫어보는 국민이란 것을 명심하시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뭔가를 덮고 싶어서 입니까”라고 반문하며 “장하성 실장의 국정농단?”이라고 따져 물었다.


강 변호사는 “지난 정부에 들이댔던 야당의 주장과 사법 잣대로라면 이건 단순히 인사개입이나 파면의 문재가 아니라 그 유명한 ‘직권남용죄’이고 권한 없는 자의 국정농단, 그리고 윗선 수사가 자동으로 들어 가줘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의 이 같은 주장은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는 영화 ‘더킹’의 명대사처럼 장하성 실장의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인선 개입을 덮기 위해 진보진영이 기무사 문건을 침소봉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강연재 변호사 페이스북.

직권남용죄 수사 촉구


630여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공모절차가 시작되기도 전에 장하성 실장이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영 대표에게 공모에 지원할 것을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당초 권유가 아니라 덕담 차원이라고 해명했다가 곽태선 전 대표의 반박이 나오자 비로소 권유한 것이 맞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아울러 곽 전 대표는 기금운용본부장 공모에서 자신이 최고점을 받고도 탈락한 배경에 대해 장 실장의 ‘윗선’을 지목했는데, 정치권 안팎에선 장 실장의 윗선으로 문재인 대통령 또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바른미래당 오신환 비상대책위원은 “(문재인 정부는)과거 박근혜 정부와 무엇이 다른가. 청와대의 뻔뻔함과 이중성은 어찌해야 하는가”라며 “곽태선 전 대표를 탈락시킨 정권핵심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도대체 누군지 밝히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부적절한 인사개입이 확인된 장하성 실장을 즉각 해임하길 바란다”며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죄로 장 실장의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이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후보에 대한 승인권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있는데, 청와대가 나서 후보를 추천한 것은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장관 요청에 대한 행정응원’이라는 靑


직권남용 비난이 일자 청와대는 이날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명의도 보도자료를 내고 “보건복지부 장관의 요청에 대한 행정응원”이라고 주장했다.


조국 수석은 “복지부 장관은 기금운용본부장 후보에 대한 승인권이 있지만, 후보자 검증에 관해 독자적인 직무 수행이 어렵다”며 “이 때문에 (복지부 장관은)후보자 검증 사무에 관해 행정절차법 제8조 제1항에 의거, 행정응원을 대통령비서실에 요청한 것이고 대통령비서실이 이에 응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야당 일각에선 장하성 실장의 인사개입 논란도 문제지만 청와대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입장을 번복하는 등 거짓말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비난이 나온다.


한국당 김성태 권한대행은 “인사개입도 인사개입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청와대의 부인과 거짓말”이라며 “곽태선 전 대표의 폭로가 나오자 청와대는 (처음에는)추천이 아니라 덕담으로 전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가 추가 반박이 나오자 비로소 권유한 것은 맞다고 입장을 바꿨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김성주 국민연금이사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공모에)청와대 인사개입도 없고 코드인사도 없다며 애써 부인하고 있지만, 윗선에서 탈락 지시가 있었다고 폭로까지 나온 마당에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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