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백의종군 기간이 짧기로 유명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의원이 9일 정계입문 이래 처음으로 정치적 휴식을 선언했다.


이날 <문화일보>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안 전 의원은 “국민이 다시 부를 때까지 정치에서 물러나 있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이 다시 소환하지 않는다면 정치 일선에 복귀하지 못할 것”이라며 사실상 국민적 호응이 발생할 경우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정계복귀의 여지를 남겼다.


안 전 의원은 지난달 27일에도 윈스턴 처칠의 말을 인용, “성공이 끝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실패가 완전히 마지막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계속 일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용기”라고 향후 복귀 가능성을 암시한 바 있다.


사실상 정계은퇴의 성격보다는 휴식의 의미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안 전 의원은 국민의당 시절,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직후 ‘문준용 제보조작 파문’의 책임론까지 겹치며 당내 2선 후퇴요구가 빗발쳤으나 도리어 전당대회에 나와 당권을 잡았다. 이후 바른정당과의 합당 추진국면에서 통합 조건으로 백의종군을 내걸었지만 또다시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의 등판을 거쳐 서울시장후보로 나섰다. 소위 정치인들이 정치적 재기를 위해 갖는 자숙의 시간이 매우 짧았던 셈이다.


정계입문 초기만 하더라도 정치유망주 타이틀이 있었던 그는 18대 대선 중도하차 당시엔 가능성을 보여주는 유익한 도전을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다만, 그는 이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못했고 심지어 실패 후 재도전의 간극이 갈수록 짧아지면서 최근 서울시장 3등 낙마 때는 정치적 자산을 모두 소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치적 휴지기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그간 불굴의 도전만을 반복하던 안 전 의원은 “2012년 9월 무소속 대선 출마 선언으로 정치를 시작한 지 5년 10개월 지났지만, 바둑으로 치면 그동안 단 한 번도 제대로 복기를 해본 일이 없다”고 이례적으로 강행군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안 전 의원은 “이제는 정말 시간을 갖고 나를 돌아볼 때”라며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국민이 빠른 시간 안에 나를 다시 불러들이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이 나를 다시 부르지 않는다면 정치권에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정치적 휴지기를 선언하면서도 ‘국민이 찾을 때’라는 안전장치를 잊지 않았다.


안 전 의원은 19대 대선 패배 이후 당권도전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5월 대선 패배 직후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권에 도전했던 것은 어렵게 일군 다당제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 때문”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하지만 당시 한 번 쓴 ‘초식’을 이번에 다시 쓴다면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하지 않겠느냐”며 “당 대표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것 역시 확고한 뜻”이라고 덧붙였다.


안 전 의원은 휴식기 계획에 대해선 “정치 일선에서 떠나 국내에 머물지 해외로 갈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나를 아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는데, 늦어도 8월 안에는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행 선거제도가 계속되는 한 다당제를 지키기는 어려워질 것인 만큼 정치를 떠나 있는 시간 동안 다당제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에 전념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안 전 의원은 이번 주 안에 추후 계획을 밝히는 자리를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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