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지난 6일 미국과 중국이 예고했던 대로 서로에게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조치를 강행하며 무역 전쟁의 막이 올랐다.


이와 관련 정부는 미중 무역 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민간연구기관의 전망은 정부와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미?중 무역분쟁 관련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개최해 미중 무역 전쟁이 한국의 산업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우리의 제1, 제2 수출대상국인 중국과 미국 간 무역분쟁이 격회되고 있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과 수출업계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500억 달러 규모의 상대 수입품에 관세부과를 하는 것에 대해 “단기적으로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며 다만 “무역 분쟁 확대와 심화 가능성에 대비해 경각심을 갖고 상황을 철저히 점검하는 한편 우리 경제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철저히 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340억 달러 규모의 상대국 수입품에 대해 상호 관세 부과 시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은 1억9천만 달러(약 2120억원), 미국 수출은 5천만 달러(약 558억원) 감소할 것으로 산출됐다.


정부는 ▲중국 주력 수출업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는 핸드폰, 컴퓨터 본체 등 주요 수요품목이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 ▲자동차, 기계, 철강 등이 중국 내수용으로 수출된다는 점 ▲중국의 미국산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제재로 대중 수출 증가 요인이 상존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어 전반적으로 대중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미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미국에 대한 수출 역시 자동차, 전자기기 등 핵심 수출업종은 미국 내수 중심의 수출 구주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에 따른 영향을 미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지난 5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경제분석기관 픽셋 에셋매니지먼트 애널리스트들의 분석 결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수출 분야에 타격을 입는 10개 국가 중 한국이 6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글로벌 교역 체인망에서 한국의 수출입 물량이 한국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62.1%로 산출했으며 한국이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과 무역 비중이 높은 만큼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인해 전자제품, 자동차, 철강, 선박 등 주요 수출 품목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산업연구원이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대중·대미 수출이 총 3억3천만 달러(약 3680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본 반면 현대경제연구원은 31조원, 무역협회는 41조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책연구기관과 민간연구기관의 예상 수출 감소액이 무려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렇듯 예상 수출 감소액에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것에 대해 산업연구원 김바우 박사는 “우리는 미국에 우회 수출하는 품목으로만 (피해범위를) 제한했다”면서 “다른 연구소는 우회수출에 따른 피해와 중국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우리가 직접 중국에 수출하는 물량까지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중 무역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그로 인한 ‘기회’에 집중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빗장을 푸는 영역에서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면, 기존 무역 규모가 축소되는 부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 1일부터 한국, 인도 등 5개국에서 수입하는 대두 및 유채씨 관세율을 0%로 낮췄다. 이밖에도 식품 등 소비재, 자동차, 차량 부품의 관세 역시 일괄적으로 인하했다.


중국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국이 다른 국가들에게 미국에 대항하고자 하는 뜻을 함께 하자고 권유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으나 통상적으로는 미국 수출 감소로 인한 내수 시장의 위축을 우려한 조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회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열려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중국 제품을 대체할 만한 상품을 내놓으면 중국에 뺏겼던 미국 시장 점유율을 되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무역 전쟁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한국 기업의 수출망을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중간재보다 소비재 수요를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확대하고 인도·동남아 등 성장하는 국가를 중심으로 수출 다변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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