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뺨치는 조직력…Moon고리 부엉이단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최근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을 보면 ‘달이지지 않는 나라’고 일컬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해가지지 않는 나라’가 광대한 영토를 지칭하는 관용어라면 적어도 지난 6·13지방선거 및 재보궐 선거를 거치며 이른바 ‘문심(Moon·文 + 心)’으로 전국을 재패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을 지칭함에 있어 이 칭호는 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광활한 영토를 재패한 역사 속 거대제국들이 그러했듯 승리 후 공(公)을 나누는 작업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문 대통령의 개국공신이라 할 수 있는 친문그룹이 여권 내에 또 하나의 ‘지지않는 달’이 되고 있다. 양지에서 정치권에서 친문·진문·뼈문으로 활동하는 인사들이 음지에선 부엉이 모임을 결성해 달(문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나선 것. 진문 의원끼리 단합해 전당대회에서 지지할 후보나 단일화 문제 등에 대해 거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파독식에 대한 우려감이 번지고 있다.


물론 4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부엉이 모임 회원들은 “밥 한 번 먹자고 모였을 뿐, 밥 안 먹자고 하면 그만”이라며 서둘러 해체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부엉이 모임을 계파분쟁의 금자탑을 쌓았던 친박에 빗대 ‘문(Moon)고리 부엉이단’이라고도 부르는 만큼 친문인사들은 계파논쟁 불씨를 빠르게 털어내려고 하는 모양새다. 다만 야권에서는 “비판 쏟아지자, 해산했다고 하지만 누가 믿겠나”라고 반문하고 있다.


정말 친문은 같은 밥상머리에 앉지만 않으면 아무 공조가 없을 것인가. <스페셜경제>는 부엉이 모임과 계파논쟁의 역학관계에 대해 짚어봤다.



與, 계파주의 비난에 일단…“해체 하겠다”


野, “비판 쏟아지니 눈가림…누가 믿겠나”



지난 1일부터 더불어민주당 친문인사들간의 모임인 ‘부엉이’가 존재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3일 “저도 회원이다”라고 말하는 등 일부 당사자가 모임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계파주의 논란에 다시금 불이 붙었다.


부엉이 모임은 좌장격인 ‘3철’ 전해철 의원을 비롯한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권칠승·김종민·박광온·박범계·황희·홍영표 의원, 김경수 경남지사, 박남춘 인천시장 등 약 40여명에 달하는 친문 의원들로 구성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성 시점은 작년 대선 민주당 경선 직후이나, 8월 전당대회를 앞두게 되면서 부터는 매주 만나기로 하는 등 만남 횟수가 증가하는 추세였다. 만남은 주로 소속되지 않은 의원들의 눈을 피해 국회를 벗어난 마포 인근에서 이뤄졌다. 지난달 28일에는 신입 회원 환영식이 있었고 같은달 21일에는 전해철, 최재성, 김진표 의원 등을 대상으로한 단일화 논의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당장 정치권에선 친문패권주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친박논란의 중심지였던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우리처럼 위험해지고 망해갈 수 있다”고 했고 바른미래당 권성주 대변인은 “대통령 탄핵의 비극을 초래했던 ‘문고리 3인방’이 이 정권에서 ‘Moon고리 부엉이단’으로 환생한 듯하다”고 비꽜다. 민주당의 우군으로 평가받는 정의당에서도 “이 모임의 활동 목적과 결성 타이밍에서 국민들의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라는 질타가 나왔다.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전대 출마 의사를 밝힌 이종걸 의원은 “우물가에서 물을 퍼야지 숭늉을 찾으면 안 된다”고 했고 표창원 의원도 “좋은 취지들일 것”이라면서도 “불필요한 조직 내 갈등의 빌미가 된다”고 지적했다.



계파논란 확대에 부엉이 ‘해산 선언’…일각선 “밥만 안 먹으면 다냐”


계파 패권주의에 대한 논란이 타오르자 부엉이 모임 당사자들은 ‘친목 모임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차단하려 하면서도 ‘해산’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전재수 의원은 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안 모이면 되는 거고 이제 밥 그만 먹자, 이러면 끝나는 모임”이라고 일축했고, 황희 의원도 자신의 SNS에 “밥 먹는 자리였는데 그마저도 그만 두려한다”며 장문의 글을 올려 부엉이 모임이 ‘정치적 모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야권에서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못 믿겠다는 눈치다. 민주평화당 최경환 대변인은 같은날 논평을 내고 “비판이 쏟아지자 해산했다고 하지만 누가 믿겠는가. 일시적으로 모임을 중단하는 눈가림식 정치적 해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의도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밥만 같이 안 먹으면 그간 이어온 커넥션이 사라지기라도 하겠느냐”며 “어차피 국회에서 보고, 끼리끼리 몇 사람씩 사적으로 보고, 통화로 필요한 만큼 얘기 나눌 텐데 식사자리가 뭔 대수인가”라고 부엉이 모임의 해산선언 의미를 평가절하 했다.


이러한 일각의 주장처럼 부엉이 모임의 해산이 실질적인 이들의 해산이 될 지는 의구심이 남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대화기록이 남지 않는 텔레그램을 통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결속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주장대로 부엉이 오프라인 모임은 단지 밥도 함께 먹을 수 있는 공간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를 일이란 얘기다.


이들의 이름이 시사하는 이미지도 강렬하다. ‘부엉이’라는 이름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아이디어로 “부엉이처럼 밤(어려운 처지)에 달(문 대통령)을 지키자”라는 것이 핵심 골자다. 황희 의원은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를 기억하며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과 정신도 함께 기억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 ‘지혜를 상징’한다고도 한다. 특정 목적 없는 모임치고는 작명에 담긴 뜻이 상당히 다채롭고 심오하다.


최근 전당대회의 성격도 친문성향이 짙어진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거론되는 인사들이 대부분 친문인사라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전당대회 룰 자체가 친문에게 유리하게 바뀌었다는 평가가 많다.



‘2020년 공천권’ 친문결집 이유는 충분?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단일성 지도체제를 채택하기로 했다. 이 방식은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선출하는 방식으로 당대표의 상징적 권한이 커지는 것은 물론 주류계파 의원의 최고위원 당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투표 합산비율은 전국대의원 현장투표 45%, 권리당원 ARS 투표 40%, 여론조사15%(일반당원 5% + 국민10%)로 확정 돼 가는 상황으로, 추미애 대표가 선출된 8·27 전대에 비해 권리당원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른바 문빠로 불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지지층의 투표 반영비율이 높아지면서 친문 의원 쪽의 표심이 증대될 확률이 높다.


또한 이번 전대를 통해 선출된 지도부가 향후 2020년 총선 공천권을 쥔다는 점은 내부세력간 권력투쟁을 부추기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부엉이 모임의 최근 활성화가 이해찬, 전해철, 최재성, 김진표 의원 등 친문인사간 교통정리가 필요한 시점에 대두됐다는 점도 특이할만하다. 공천권을 얻기 위해 친문진영 역시 확실한 승리를 위해 후보를 선별할 필요성이 존재하는 한 친문 의원들간의 의사소통은 장소가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의구심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제기되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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