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文정부, 대법원 부분변경 사이클→완전변경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대법관의 특정성향 편중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8월 퇴임 예정인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 후임으로 김선수(57·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와 노정희(55·연수원 19기) 법원도서관장, 이동원 제주지법원장의 임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하면서 부터다.


김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은 두 번 째로 첫 번째에 비해 이번 제청 인사들의 진보성향 편향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6·13 지방선거에서 대승하며 호의적인 여론을 확인한 점과 무관치 않다는 견해가 나온다. 대법관 임명은 대법원장의 임명제청 이후 국회의 동의를 얻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야당이 지방선거 참패로 자숙의 시간을 가지며 여권에 호의적인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인사청문회의 허들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국회가 아직 원구성 조차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구성 직후 진행될 첫 대형 이벤트 대법관 청문회에서도 난항을 겪을 경우 국회전체에 돌아올 비난의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바뀌는 대법관의 수는 13명에 이르고 헌법재판관도 8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법체제의 특정성향 편중 문제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원구성 직후부터 여야 대립 인사청문회


삼권분립 해체위기…정권 종속 대법원?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2일 취임 후 두 번째 대법관 임명 제청에 나섰다. 8월 퇴임 예정인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 후임으로 김선수 변호사와 노정희 법원도서관장, 이동원 제주지법원장을 선택한 것.


김 대법원장은 작년에도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을 임명 제청했지만 당시는 특정 성향을 나타낸 인사라는 평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당시는 조기대선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 초기인 데다 6·13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민심을 확인하기 전이었다.


다만, 지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난 후 김 대법원장의 인사는 눈에 띄게 편향성이 짙어졌다.


김 대법원장이 이번에 지명한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은 진보성향 법관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김선수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창립 멤버로 회장을 맡기도 했다. 1980년 이후 판사와 검사를 거치지 않은 재야 변호사이기도 하다. 김 변호사는 참여정부에서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 위원과 대통령 자문을 담당하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장을 거쳤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때는 변호인 단장을 맡은 이력이 있다.


민변은 사법개혁을 주창하는 대표적인 진보 법조단체다. 1988년 창립한 이래 박종철 고문치사·권인숙 성고문 사건 등의 변론을 맡는 것으로 유명하다.


민변은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성이 짙다. 문 대통령은 민변 회원 활동기간만 10여년이다. 민변 창립 초창기 부산 지역 지부장을 맡기도 했다. 청와대로 들어가던 2002년 민변을 잠시 탈퇴했지만 청와대에서 나올 땐 다시 민변에 가입했다.


현 청와대에도 민변 출신 인사들이 상당수 있다. 작년에 임명된 청와대 민정수석실 이광철 선임행정관, 김미경 법무행정관이 대표적인 예다.



‘헌재 8/9’, ‘대법원 13/14’ 현 정부서 물갈이


물론 대법원 안에는 다양한 성향이 공존하며 서로간의 견제로 객관성을 지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이들의 임명 자체는 편향성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어 보인다. 다만, 문제는 이번 정부가 조기대선으로 집권하게 되면서 대법관 임면 사이클이 흐트러져 이번 정부에서 교체되는 대법관의 수가 대폭 늘었다는 점이다.


현재 14명의 대법관 중 김재형 대법관 단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문 대통령이 새로 임명하게 된다. 탄핵이라는 변수 없이 정권이 바뀌었다면 문 대통령은 금년 초 취임했을 것이고 대법원장과 대법관 4명은 전임 대통령의 몫이 된다.


이러한 영향은 헌법재판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오는 9월 이진성 헌재소장과 강일원·김이수·김창종·안창호 5명이 교체되며 내년 4월에는 조용호·서기석 재판관이 임기를 마친다. 한 정권 아래서 지나치게 많은 사법부 인사가 바뀌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성향이 한 쪽으로 쏠리는 경향을 낳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원구성도 못하는데…국민질타 우려속 ‘인사청문회’ 野무룩 우려


또한 이같은 우려감이 더욱 팽배해지는 데엔 여권의 지방선거 압승이 있다. 당초 사법부의 편향성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 중 하나로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있는데 야권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참패의 수렁을 빠져듦에 따라 청문회에서 제 목소리를 관철하지 못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


특히나 야권은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으로 지도부 교체 작업에 들어갔고 이 때문에 국회 후반기 원구성도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 4개 원내교섭단체 대표는 지난 27일 국회 후반기 원구성을 위한 첫 협상에 돌입했으나 탐색전만 벌이다 끝냈다. 익일부터 원내수석부대표간 실무진 협상이 시작됐으나 이들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3일을 연거푸 만나고도 조금의 협상도 이루지 못하고 7~8일 사이 다시 회동한다는 방침만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역대 국회는 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6월 안에 마무리 지어왔다는 점에서 의정활동 중단이 연장되는 상황 자체가 국민들의 질타를 받을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법관의 임면은 8월초에 이뤄져야 하므로 원구성 직후 인사청문회가 조속히 열릴 가능성이 크다. 야권으로서는 여론을 의식해 정부에게 반대하기 어려운 심리적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