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주 기자]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과세 형평성’을 목적으로 권고한 조세 개편안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그러면서 특위와 정부 간 갈등마저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재정개혁이 실현되기는커녕 납세자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특위가 권고한대로 내년에 종합부동산세를 올리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낮추는 것을 동시에 추진하긴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는 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권고안을 발표한지 단 하루만이다.


그는 “특히 특위가 권고한 금융소득 종합과세 개편을 추진할 경우 과세 대상이 너무 넓어져 당장 내년부터 시행하기 힘들다”며 “금융자산이 낮은 상황에서 금융 과세를 강화할 경우 부동산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시간을 두고 검토를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특위는 지난 4월 현 정부의 조세 개편 등 재정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특별기구로 출범해 올해 상반기 권고안을 낸 것에 이어 하반기에도 자본소득, 임대소득 등에 대한 추가 증세 방안을 정부에 권고할 계획이었다.


현재 특위에는 조세와 예산 분야 전문가(교수·연구자 등) 26명과 기재부 관료 2명(재정관리관·세제실장) 등 28명의 위원이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특위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기존 2천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낮추고 대상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면서 “금융소득의 상위계층 쏠림현상이 심각한 반면 가계저축률은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며 “금융소득자와 비금융소득자 간 ‘조세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개인별 연간 금융소득이 2천만원을 초과할 경우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율(6~42%)로 누진과세를 부과하고 있다.


재정개혁 권고안이 발표된 지 단 하루 만에 기재부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특위 위원들은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향후 재정특위 활동이 상당 부분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위원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권고안을 존중하겠다고 밝혀왔고 세제실장도 논의과정에 참석했는데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 역시 “권고안을 발표한 바로 다음날 정부가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특위를 무시하는 선을 넘어 특위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듯 정부와 특위가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자 이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특위가 소득불균형 해소라는 방향성을 잡고 추진한 안을 기재부가 국회 영역으로 가져가지도 않은 채 스스로 손과 발을 묶는 직무유기를 저질렀다”고 언급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권고안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반박한 정부나, 공론화도 거치지 않은 채 금융소득종합과세 방안을 멋대로 발표한 특위나 보기가 참 안 좋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비롯한 종합부동산세, 주택 임대소득세 개편안이 권고대로 시행될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권고안 발표로 인해 향후 조세개혁의 방향이 잡히기는커녕 납세자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도 많다.


일각에서는 특위가 내놓은 권고안도 강도가 낮다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조차도 시행하기 어려워 한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처음부터 조세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던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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