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문 닫는 美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청와대 개입설’ 진실게임[심층분석]
결국 문 닫는 美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청와대 개입설’ 진실게임[심층분석]
  • 김영일 기자
  • 승인 2018.04.11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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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차원의 소장 교체 VS 靑 부적절한 찍어내기
한미연구소 홈페이지 화면.
한미연구소 홈페이지 화면.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정치권의 블랙홀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김 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예산으로 로비성 해외출장을 다녔다는 논란이 일면서 모든 정치적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적극적으로 ‘김기식 감싸기’에 나서자, 여기에 뿔이 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김 원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대강 대치가 연출되면서 정국은 경색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 예산 지원 중단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해당 의혹과 관련해 김기식 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연루됐다는 설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청와대 개입설이 불거진 한미연구소 사태에 대해 살펴봤다.

불투명한 재정 운영…국회 차원 문제제기

김기식 보좌관 출신 홍일표…개입설 증폭

청와대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에 대한 예산 지원 중단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한반도 문제를 연구하는 기관인 한미연구소는 2006년 설립됐으며, 북한 전문 사이트인 ‘38노스’를 운영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청와대 개입설은 정부가 한미연구소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보수성향으로 알려진 구재회 한미연구소장의 교체를 요구했다는 의혹이다.

다시 말해 청와대가 한미연구소 측에 정부 예산 지원을 받으려면 구재회 소장을 교체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는 것인데, 한미연구소 측이 소장 교체라는 청와대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결국 정부가 예산 지원을 중단했다는 것.

물론 청와대는 개입설에 대해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가 구재회 소장을 교체하라고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라, 먼저 국회 차원에서 문제제기가 있었고 이에 따라 정부의 관리감독 과정에서 구 소장의 교체 요구가 제기됐다는 것이다.

靑 “국회 차원 문제제기→정부, 개혁방안 마련→소장 교체 요구”

청와대의 설명은 이렇다. 한미연구소는 매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으로부터 2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데,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국회의원 시절인 지난 2014년 한미연구소가 매년 20억원의 예산을 지원 받고 있음에도 실적과 재정이 불투명하다는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따라 한미연구소에 대한 개혁을 주장했다.

김 원장이 낙천한 20대 국회에선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주도적으로 한미연구소 실적 및 재정 불투명 문제와 개혁 필요성을 다뤄왔다고 한다.

민주당 정무위 간사들이 지속적으로 한미연구소에 대한 개혁 필요성을 주창한 결과, 지난해 8월 예산 심사와 9~10월 국정감사를 거쳐 여야 합의로 ‘2018년 3월까지 불투명한 운영상황을 개선하고 이를 보고하라’는 부대의견을 달아 한미연구소에 대한 20억원 예산지원 안건을 통과시켰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국회가 올해 3월까지 운영상황을 개선하고 이를 보고하는 조건으로 20억원의 예산 지원을 약속했는데, 한미연구소 운영실태를 마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회가 예산 지원 조건으로 구재회 소장을 교체할 것을 로버트 갈루치 한미연구소 이사장에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미연구소는 구 소장 교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오는 6월부터 한미연구소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7일 “국회 차원의 문제제기에 따라 정부 내에서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이 연구소의 개혁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구 소장의 교체를 요구한 것”이라며 청와대 개입설을 부인했다.

“홍일표가 소장 교체 요구한 사실 없어”

다만, 7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준동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지난해 10월 30일 워싱턴에 파견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재관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한미연구소와 KEI(한미경제연구소)와 관련해 BH(청와대)의 이태호 통상비서관과 홍일표 청와대 정책실 선임행정관에게 목요일(11월 2일) 오후 3시와 4시에 보고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BH의 홍일표 행정관 측에서는 현재 상황을 대단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냉정한 평가와 과감한 대안(개선 계획)을 제시하여 달라고 한다”고 부연했다.

이는 청와대가 한미연구소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 문제를 직접 보고받았으며, 과감한 대안까지 요구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김기식 금감원장의 보좌관 출신인 홍일표 청와대 정책실 선임행정관이 구 소장 교체 요구설에 개입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해당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홍 행정관이 구 소장의 교체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며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사회연구회는 청와대 정책실 차원에서 당연히 살펴봐야 하는 기관이고, 한미연구소에 자금을 지원하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홍 행정관이 통상현안 상황파악 차원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는 기관”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해당 문제를 최초로 제기했던 김기식 원장과 (김 원장)보좌관 출신으로 홍 행정관이 해당 내용을 잘 알고 있는 것은 우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기식·홍일표, 지난 정부 때부터 영향력 행사시도”

반면 로버트 갈루치 한미연구소 이사장은 구재회 소장 교체 요구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중앙일보>에 보도에 따르면, 갈루치 이사장은 지난 4일(현지시각)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 원장에게 “이번 일은 청와대 내부 ‘한 개인’이 정책이나 원칙이 아닌 오로지 개인적 어젠다로 주도된 것이라고 말해준 복수의 소식통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주용식 초대 한미연구소 사무총장도 청와대가 한미연구소 운영진을 교체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지난 정부 때부터 김기식 금감원장(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홍일표 청와대 정책실 선임행정관(당시 김기식 의원 보좌관)이 한미연구소에 영향력 행사를 시도해왔으며, 새 정부 들어 압박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교체 당사자로 지목된 구재회 소장 역시 지난 5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홍일표 선임행정관이 이 일(한미연구소 예산 지원 중단 및 소장 교체 요구)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 소장은 “지난 1월 발리 나스르 국제대학원장이 한국을 방문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의 관련자들을 만났을 때 4차례나 그들이 나를 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대학원장이 ‘무슨 일 때문이냐’고 물었지만 이유를 제대로 대지 않고 무조건 내가 교체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나스르 원장은 지난 2월 “구 박사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할 수 없다”며 “이는 학문의 자유와 연구기관의 가치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공식 답변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로버트 갈루치 한미연구소 이사장(한미연구소 홈페이지)
로버트 갈루치 한미연구소 이사장(한미연구소 홈페이지)

부실한 결산 보고…불필요할 정도로 투명

38노스 운영자 교체 요구‥수혜자는 누구?

갈루치 “투명하게 운영”…김성태 “보수인사 제거 목적, 문재인판 블랙리스트”

또한 청와대는 ‘매년 20억원의 정부 지원을 받는 한미연구소의 실적과 재정이 불투명하다는 국회 차원의 문제 제기에 따라 정부가 개혁방안 차원에서 구 소장의 교체를 요구했다’지만, 이 대목에서도 청와대와 갈루치 이사장의 주장은 엇갈린다.

갈루치 이사장은 지난 5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당신에게 직접적으로 구 소장의 교체를 요구했나’라는 물음에 “물론이다. 그건 이미 말했듯이 부적절한 개입이다”라며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한미연구소는 (한국 정부의 주장과 달리)불필요할 정도로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지난 9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미연구소 예산이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중단되어졌다는 해명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당시 정무위 간사였던 김용태 현 한국당 정무위 위원장을 통해 확인하면 금방 밝혀질 사실”이라고 질타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미연구소의 예산이 여야합의로 중단되어졌다는 해명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보수인사 제거 목적인 문재인판 블랙리스트”라며 “보수적 성향의 연구소장을 뽑아내고 눈에 가시 같은 38노스 운영책임자(한미연구소 예산 담당 겸 부소장인 제니 타운)를 교체하려는 명백한 문재인판 블랙리스트 작품이라는 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민주당 “국회 제출자료 달랑 두 장”…구재회 “투명성 없다는 지적 이해할 수 없어”

한미연구소가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갈루치 이사장의 주장과 문재인판 블랙리스트라고 비판한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언급에 더불어민주당은 정면으로 반박 했다.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 소속 한미연구소는 매년 약 20억 원의 정부예산을 가져다 쓰면서도 ▲결산 관련 자료제출 미흡 ▲방문학자 및 인턴십 공모·선발절차의 투명성 부족 ▲형식적인 이사회 운영 및 연구소장 장기재직 등 문제에 대해 적절한 감독·통제기능이 수행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실제 2016년 예산은 21억 2700만 원이었고 이중 21억 2600만 원이 집행되었는데, 20억 넘는 국가예산을 쓰면서 국회에 제출한 자료는 달랑 두 장의 자료뿐이었다”며 영수증 등 증빙서류가 첨부되지 않은 부실 보고를 질타했다.

그러면서 “연간 20억 원의 대한민국 국민혈세를 쓰면서도 연구 실적이 저조하고 회계 투명성이 낮은 기관이 미국 대학 연구소라 하여 그대로 놔두어야 한다는 것인가”라며 “이것이 무슨 블랙리스트냐”며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7일자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구재회 소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억원 예산 지원을 받으면서 한두 페이지만 보고했다는데’라는 물음에 “매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3000~5000페이지 분량으로 사업 내역을 보고했다”며 “국제택배로 보내니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분량이 많다고 부담스러워해 나중엔 CD나 USB로 보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산 집행 내역 보고도 매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요구하는 형식에 맞춰 보냈다”며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중간에서 국회나 청와대에 제대로 전달을 안 한 것인지(몰라도), 투명성이 없다는 지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구재회 한미연구소 소장(한미연구소 홈페이지)
구재회 한미연구소 소장(한미연구소 홈페이지)

“재정 불투명에 대한 증거 요구…아무 대답도 듣지 못해”

AP 통신 등에 따르면, 갈루치 이사장은 10일(현지시각) 한미연구소가 5월 11일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갈루치 이사장은 “한국 정부의 완전히 부적절한 간섭을 거부한 뒤 (예산)지원 중단으로 한미연구소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정부의 요구는 한미연구소 대표를 바꾸라는 것이었다”고도 했다.

또 “한미연구소의 회계보고서는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다고 반박했고, 한국 정부에 재정 불투명에 대한 증거를 요구했으나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보수성향인 구재회 소장 교체를 요구할 당시, 구 소장은 안식년 형태로 퇴진하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측은 한미연구소 예산 담당 겸 부소장이자 38노스 운영책임자인 제니 타운 부소장의 동반교체까지 요구했고, 갈루치 이사장이 이를 반대하자 우리 정부는 예산 지원을 중단했다고 한다.

정부의 예산 지원 중단으로 한미연구소는 문을 닫지만 38노스의 경우 맥아더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계속 운영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38노스의 활동이 축소된다면 이에 대한 최대 수혜자는 북한이 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부의 예산 지원 중단으로 한미연구소가 문을 닫기로 한데 대해,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의 코드인사, 권력남용으로 10년 동안 공들인 친한파 싱크탱크가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며 “친한파 지식인 네트워크가 공중분해 위기에 놓은 상황”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마음에 안 든다고 국회와 한마디 상의 없이 예산지원 중단을 압박한 것은 명백한 권력남용”이라며 “청와대 일개 행정관이 이런 일에 앞장서는 것 자체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라며 청와대 개입을 의심했다.

제니 타운 38노스 운영책임자(한미연구소 홈페이지)
제니 타운 38노스 운영책임자(한미연구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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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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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재계를 담당하고 있는 취재 2팀 김영일 기자입니다. 인생은 운칠기삼(運七技三)·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모든 것은 하늘에 뜻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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