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논쟁 장성철 소장.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 대참패에도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네 탓 공방만 연출하고 있는 현 시점에 지난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막장공천 뒷얘기를 담은 책이 발간돼 정치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공교롭게도 책 제목이 <보수의 민낯>이다. 친박과 비박 간 밥 그릇 싸움에 도끼자루 썩는 줄도 모르고 있는 한국당의 민낯과 묘한 일체감을 준다.


20여 년간 여의도 정치권을 누비며 한나라당·새누리당 대선캠프, 전당대회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등 베테랑 보좌관으로 손꼽혔던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장성철 소장은 22일 <보수의 민낯>이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한국당 김무성 의원의 보좌관을 역임하는 등 이른바 ‘무대의 최측근’으로 통했던 장성철 소장은 “2016년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당시 공천을 둘러싸고 벌어진 권력자들의 민낯을 확인하고, 보수진영이 반성의 토대 위에 새로운 희망의 집을 짓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성철 소장의 저서에 따르면, 2016년 4·13 총선 당시 김무성 대표는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겠다’는 전당대회 공약을 지키기 위해 국민공천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박근혜 청와대와 친박계는 노골적으로 반대했다고 한다.


박근혜 청와대와 친박은 당 대표 권한인 공천권을 자신들이 좌지우지하고 마음에 들지 않은 인사를 쳐내고 싶었다는 게 장 소장의 설명이다.


새누리당 발칵 뒤집어 놨던 ‘살생부 파문’


2016년 2월 24일 청와대 측에서 이재오 의원을 필두로 유승민·정두언·김용태·조해진·김세연·김학용·김성태·박민식·홍지만 의원 등에게 공천을 주면 안 된다며 김무성 대표에게 명단을 건넸다고 한다.


살생부였던 것이다. 청와대의 뜻이라며 김무성 대표에게 살생부를 건넨 인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다른 이야기 안하고 말 잘 듣는 충성스러운 80~90명 의원만 당선되면 좋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결국 당 대표 권한인 공천문제에 청와대가 노골적으로 개입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장 소장은 “청와대와 친박들의 인식은 ‘당의 주인은 우리다. 김무성 대표는 전세 사람 사람이다. 그런 김 대표가 집주인 행세를 하는 것은 못 보겠다’라는 것이었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박근혜 청와대의 뜻이라며 살생부를 건네받은 김무성 대표는 며칠 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살생부에 포함된 F 의원(정두언)을 만났고 걱정되는 마음에 대비하라는 얘기를 했는데, F 의원은 한 언론사 기자에게 살생부에 대해 언급했고 다음날 살생부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장 소장은 “F 의원은 당시 기자간담회, 백브리핑, 인터뷰 등에서 청와대를 공격하면서 대표에 대해서도 온갖 험담을 다했다”며 “김무성 대표는 왜 하필 그 의원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그러한 사람을 걱정했던 대표의 선의가 원망스러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윤상현 욕설 녹취록 파문


살생부 파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박근혜 대통령을 누나라고 불렀다던 윤상현 의원의 욕설 녹취록 파문이 터졌다.


윤상현 의원은 술에 취해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김무성이 죽여 버리게, 내가 당에서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라고.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드려 버려라고 한 거야’라며 김무성 대표를 욕하면서 낙천을 주문했다.


해당 녹취록은 2016년 3월초 채널A를 통해 알려졌고 파장이 확산되자, 윤상현 의원은 친한 동료 의원들을 동원해 김무성 대표에게 자신의 사과를 받으라고 종용했다.


윤 의원 본인도 사과를 하기 위해 당 대표실을 직접 찾았지만 장 소장은 이를 만류했다.


당시 사과를 하기 위해 김무성 대표를 찾아온 윤 의원을 만류한데 대해 장 소장은 “윤 의원은 당 대표에게 한 막말에 대해 잘못했다는 얘기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당을 위해 참으라는 식으로 대표를 몰아붙였다”고 회상했다.


장 소장은 책에서 녹취록 파문이 터진 후 6개월 쯤 지나 우연한 기회에 윤 의원과 통화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의원님,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평생 의원님을 저주하고 살겠다. 너무했다’고 서운함을 털어놨다”면서 “윤 의원은 ‘성철아, 미안했다. 그래도 중요한 게 정권재창출 아니냐. 무대 잘 모실게’라고 전화를 끊었다. 찝찝했다. 또 술에 취한 목소리였다”고 소회했다.


비례대표 선정도 청와대 입김대로


박근혜 청와대와 친박들은 노골적인 공천 개입에 이어 비례대표 선정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김무성 대표는 ‘나도 내 사람 한 명도 안 챙길 테니, 청와대든 친박이든 누구도 자기 사람 챙기지 말고 정말 좋은 후보를 당헌당규대로 공정한 룰에 의해 선출하자’는 입장이었으나, 비례대표도 청와대 입김대로 됐다는 게 장 소장의 주장이다.


장 소장은 “20 총선 비례대표 공천은 청와대와 이한구 등 공천에 있어 권력을 휘두르던 인사들의 ‘내 사람 심기의 한마당’이었다”며 “소외계층과 소수자, 직능 분야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배려는 없었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러고도 민심을 잃지 않고 ‘총선에서 이기겠지’라고 생각했다면 이는 집단적 후안무치증에 감염된 결과”라고 꼬집었다.


장 소장의 책에는 이른바 ‘옥새투쟁’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담겨 있는데, 분명한 것은 당 대표 직인은 김무성 대표가 부산 영도구로 가져간 게 아니라 당 사무처에 잘 보관돼 있었다고 한다.


장 소장은 이 외에도 ▶원유철 전 원내대표와 관련된 일화 ▶김무성 당 대표 시절 있었던 에피소드 ▶김무성과 유승민의 묘한 인연 ▶보수가 사는 법! Young Right 운동 제안 ▶정국 진단 및 제언 ▶정치인 김무성 및 김무성 대표와의 만남 등을 책에 담아냈다.


아울러 후배 보좌진들을 위해 정무판단 보고서 작성법 등을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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