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정부는 고등어 탓하더니…文 정부는 날씨 탓

지난해 5월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설치된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을 보며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이쯤 되면 일자리 창출 정부가 아니라 일자리 퇴출 정부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또 문재인 대통령 집무실에 마련돼 있다는 일자리 상황판은 실업률 상황판이 아니냐는 조소 섞인 우려도 들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일자리 대통령’을 공약했지만, 공약과는 한참이나 동떨어진 통계지표가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대통령이란 공약이 무색해질 만큼 지금의 고용참사 상황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청와대의 인식이다. 신규취업자수는 부진하고, 청년 실업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청와대는 어이없게도 날씨를 탓했다. 정치권에선 ‘청와대 눈에는 최악의 경제지표가 보이지 않는 것이냐’는 한숨이 흘러나온다.


일각에선 현 정부가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및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에 대한 실패를 인정하고 규제개혁 및 노동개혁 등의 대전환을 시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문재인 정부 들어 쇼크 단계를 넘어 재앙에까지 비견되고 있는 고용참사에 대해 짚어봤다.


일자리 정부는 공염불?…고용통계 충격


비가 많이 와 일자리 감소?…靑의 변명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24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한 것을 홍보하면서 “대선 과정에서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해 매일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일단 약속을 지킨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면서 “이 약속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걸 통해서 나오는 성과, 실적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문 대통령이 언급했던 성과와 실적은 그저 공염불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15일 통계청이 공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5월 취업중인 인구는 2706만 4000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7만 2000명 증가에 그쳤다.


이 같은 증가폭은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8년 4개월 만에 최저치다.


지난해 말 25만명 수준의 신규 취업자수를 유지하다 올해 1월 33만 4000명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2월 10만 4000명으로 급감한데 이어 4월까지 10만명대 초반을 유지하다, 5월 10만명 선이 무너진 것이다.


5월 취업자수가 한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실업률은 4.0%로 전년 동월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20대와 30대, 50대~60대 이상 등에서 실업률이 증가한데 따른 영향이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0.5%로 전년 동월대비 1.3%포인트 증가해, 전체 실업 증가율보다 높았다. 5월만 놓고 보면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또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취업자수는 월평균 14만 9000명 증가한 것에 그쳤는데, 이는 지난해 1월~5월까지 월평균 취업자수가 33만 4000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통계청.

현실 외면하는 청와대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18 경제정책방향’에서 취업자수 증가폭 목표치를 32만명으로 정했다.


지난해 취업자수 증가폭이 31만 6000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도 이 수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부의 목표치와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경기도 하남시 신세계 스타필드에서 개최한 신세계그룹과의 혁신성장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지금 경제 운영에 있어 가장 큰 화두는 결국 일자리 문제인데, 금년 상반기 중에 10만명대 후반의 고용증가를 예상한다”며 “이 숫자는 작년에 만든 (일자리)숫자와 제법 차이가 나는 숫자가 아닐 수 없다”며 정부의 목표치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인식은 다르다.


이호승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은 지난 15일 청와대 SNS라이브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5월에 봄비치고는 많은 양의 비가 내려 건설업과 농업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실업률 4.0%가 절대적 기준에서 높은 건 아니다 ▶조금 더 불안한 형태의 일자리는 줄고 안정된 일자리는 늘고 있다 ▶일시적 요인도 있고, 긴 호흡으로 보면 나아지는 모습도 있다.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봐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8년 4개월 만에 취업자수 증가폭 최저치를 기록한데 대해, 청와대는 날씨 탓을 하며 일자리 감소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한 것이다.


5월에 비가 많이 내렸던 관계로 건설업·농업 일자리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인데, 부동산 규제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더 컸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부동산 규제로 건설업 분야가 위축됐고 이로 인해 건설업에서 만드는 일자리가 줄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농가들의 인건비 부담이 증폭됐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이호승 청와대 일자리비서관(청와대).

김동연 “기업·시장 펌핑 부족해 일자리 미흡”


소득주도성장 역효과‥규제·노동개혁 서둘러야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및 규제개혁·노동개혁 병행해야


‘실업률 4.0%가 절대적 기준에서 높은 건 아니다’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문 대통령 취임 직전인 4월 실업률은 4.2%였다.


이후 5월부터 지난 1월까지 3%대(3.1%~3.7%)를 유지하다 2월 4.6%, 3월 4.5%, 4월 4.1%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투입한 세금은 지난해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11조원 및 올해 청년 일자리 추경 3조 8000억원 등인데, 실업률은 문재인 정부 취임 직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오히려 추경 예산 대부분이 투입되는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로 미래세대에 재정 부담을 안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안한 형태의 일자리는 줄고 안정된 일자리는 늘고 있다’는 주장도 불분명하다.


청와대는 ‘상용직이 5월에 32만명(2.4%)이 늘어 안정된 직업 자체는 증가했으나 임시근로직 및 일용직이 11만~12만명이 감소했다’며 이와 같이 밝혔는데, 이는 마치 안정된 일자리인 정규직이 증가한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다.


파견이나 용역으로 1년 이상 계약을 맺은 계약직 근로자의 경우 상용직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상용직이 늘었다고 해서 안정된 일자리인 정규직이 늘었다고는 단정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현안 간담회를 열고 “일자리 정책과 대책을 이야기하면서 기저효과나 계절적 요인 등 여러 가지 기술적인 얘기들이 있는데, 이런 게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이해도 어렵고 정부의 변명조라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지적했다.


김 부총리는 “정부가 그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위해 나름 노력해왔지만 기업과 시장에 대한 펌핑(pumping-증폭 및 발진)이 부족해 일자리 창출이 미흡한 점도 없지 않아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민간 일자리 창출력을 높이는 구조적인 일자리 창출 노력을 지속하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의 단기적인 대책도 꾸준히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업종별·계층별 맞춤형 일자리 지원 강화 ▶추경의 원활한 집행은 물론 내수 활력 재고 강화 ▶시장에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혁신성장 및 규제혁신, 노동시장 구조개선 총력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세금을 투입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함께 시장과 기업에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규제개혁 및 노동개혁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용 관련 긴급 경제현안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와 대조되는 J노믹스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인 소득주도성장론은 근로자 및 가계의 임금·소득을 올려 소비를 증대시키고 이는 기업의 투자 및 생산 확대로 이어져 다시 가계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등의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핵심이다.


다시 말해 근로자의 실질 임금이 상승하면 가계의 소비 증가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이윤을 얻은 기업은 투자를 확대하는 식으로 경제가 발전할 것이란 얘기다.


이렇게 되면 임금을 높여 일자리를 창출시킴은 물론 소득분배의 불균형을 낮출 수 있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16.4% 인상했고,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해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및 주당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아울러 대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율을 22%에서 최고 25%로 늘렸고, 소득세율 역시 최고 40%에서 42%로 올렸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 안정과 가계부채 감소를 목적으로 양도소득세 인상 및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곳곳에서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고용 감소를 부추기게 된 계기가 됐고, 법인세율 인상으로 기업의 투자 감소, 각종 부동산 규제에도 집값 상승 및 건설업 위축 이라는 역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기업에 대한 감세 정책과 규제개혁을 통해 실업률 감소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뤄나가고 있는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김동철 “與 압승, 한국당에 대한 심판…文 정부 경제정책 실패 용인한 것 아냐”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용 관련 통계가 쇼크 단계를 넘어 가히 재앙이라는 한탄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정치권에선 청와대 경제정책 라인의 책임을 묻고 있다.


지난 18일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했는데, 대통령이 경제지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청와대 경제정책 라인은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압승은 자유한국당에 대한 심판이지,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 실패를 용인한 것은 아니다”라며 “경제재앙이 더 확산되기 전에 그동안 미뤄온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말로만 혁신성장을 외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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