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지혜 기자]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소비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정유업계, 항공?해운업계 등 관련 산업계가 이에 따른 손실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28일 주유소 가격정보시스템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각) 기준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8.79달러였다.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국내 기준유가로 적용되는데 배럴당 77.03 달러를 기록해 80달러 선 가까이 급등했다.


국제 유가가 오르자 국내 휘발유 가격도 인상됐다. 5월 넷째주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된 보통 휘발유 가격은 전주보다 ℓ당 평균 13.0원 오른 1천590.1원까지 급등했다. 4개월 전인 올해 1월 4주차 가격(ℓ당 1천555원)보다 무려 35원 상승한 수치다.


심지어 휘발유 가격이 1ℓ당 2천원을 넘는 주유소가 서울 종로구에만 4곳이 있다.


자동차용 경유와 실내 등유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넷째주 경유 판매가격은 13.6원 오른 1천390.9원, 등유는 6.9원 오른 923.9원이었다. ‘주유소 가기 무섭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원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 선까지 치솟고, 휘발유 가격이 고공행진 하는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이행률 증가와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가 원인이다.


게다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충돌 등 지정학적 위기가 유가 상승을 이끌었다. 이러한 유가 급등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실물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치솟는 유가 탓, 국내 산업계 우려↑


치솟는 유가에 정유업계가 울상이다. 유가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국제 유가가 급격하게 오를 경우 ‘정제마진’이 악화될 수 있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등 원료비 값을 뺀 마진을 뜻하며 단기간동안 정유업체의 수익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다.


원유 가격이 오른 만큼 제품가격이 오르지 않거나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어들 경우 정제마진이 악화될 소지가 크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올 1분기 석유사업 영업이익은 3천250억원으로 전분기(5천93억원) 대비 36.1%, 전년 동기(4천540억원) 대비 28.3%나 감소했다.


또한, 현대오일뱅크는 2천326억원으로, 전분기(3천36억원) 대비 23.4% 줄었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각각 70.5%와 66.0% 감소했다.


항공?해운업계도 유가 상승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장 항공업계는 국제선 유류 할증료를 한 달 만에 또 올리게 됐다.


유류 할증료는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4월 16일~5월 15일)을 기준으로 책정되는데 한달 전보다 7.4% 올라 배럴당 87.7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일년전과 비교하면 50% 이상 상승한 수치다.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는 국제선 항공권에 편도 기준 최대 7만 2600원의 유류 할증료가 청구된다.


하지만 아무리 유류 할증료를 인상해도 현재 유가 상승폭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항공기 운항 비용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기 때문이다.


해운업계도 고유가로 인한 부담이 크다고 토로하고 있다. 해운업계 역시 매출원가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에 달해 유가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현대상선은 “1분기 매출 1조1120억 원, 영업손실 1701억 원을 기록했다”면서 “선박 공급 증가 및 운임 약세와 더불어 연료유 가격 상승 등이 영향을 미친 탓”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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