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회계 처리 번복…‘외국 자본, 좋은 일만 시켰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를 위반했다며 ‘중징계’를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스페셜경제=최은경 기자]매년 유행처럼 번지듯 삼성그룹은 정부부터 정치권,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줄기차게 압박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재벌 개혁’ 기조에 맞춰 각 기관이 무리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이 힘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를 위반했다며 ‘중징계’를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 같은 통보가 정당한 감독 고유의 업무라는 입장이지만, 문재인 정권과 특히 참여연대의 입김으로 움직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공존한다.


특히 해당 사안과 관련해 사전에 금융위원회와 협의조차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금융당국 간 신경전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시민사회와 금감원이 ‘삼성 때리기’의 일환으로 삼바의 이번 사안을 희생양 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위반 이슈는 바이오업계와 주식시장 그리고 여론과 정치권의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든 주범이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위반 논쟁의 결과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 논란에도 영향이 끼칠 것이란 분석마저 나온다.



끝없는 진실 공방…삼바 측, 방어논리 부상


이재용 승계 작업 일환?…“논리 흐름 결여”


금감원, 갑자기 말 바꾼 이유?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내던 중 2015년 갑자기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1조9000억원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피스는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뀌면서 처음 지분을 샀을 때 가격(취득 가격)이 아니라 4조8000억원의 시장가치로 재평가된 가격으로 회계장부에 반영됐다.


그러면서 삼성바이오는 4조5000억원대의 투자 이익이 발생했다. 이는 실제이익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장부상으로만 잡히는 이익이다.


사건의 시작은 삼성바이오의 이런 회계 처리를 두고 시민단체가 기업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 촉발됐다.


삼성바이오가 에피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은 시민단체가 작년부터 제기해오면서 시장의 관심도 집중됐다.


특히 참여연대는 이 같이 부풀려진 삼성바이오의 기업 가치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무관치 않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한 배경에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 46%가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금감원은 지난해 2월 국회 정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에 큰 문제가 없다며, 회계법인 감사와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 결과 또한 문제가 없었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지난해 초 국회 역시 이 사안에 대해 ‘문제없음’으로 판단한 바 있다.


문제는 금감원은 앞서 내린 판단에 최근 입장을 번복하면서 논란을 스스로 자초했다는 점이다.


지난 1일 금감원은 앞선 입장을 바꿔 돌연 삼성바이오가 2015년 ‘종속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부풀려 1조9000억원대 당기순 이익을 허위로 만들었다며 고의적 분식회계 정황을 지적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선 금감원이 문재인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삼성 때리기’로 무리한 판단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그간 참여연대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왔다.


현 정부의 주요 인사 중 다수가 참여연대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의혹을 증폭시켰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금감원은 ‘시민단체 등의 문제제기에 따른 특별감리를 한 것에 불과하다’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금융업계에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면서 새로운 금감원 수장을 향한 기대감도 내비친 가운데, 일각에선 자질성이 의심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금감원장 윤석헌, 자질성 의심?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 역시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가 분식 회계 의혹에 대해 결백을 주장한 것과 관련, 전혀 문제없이 대처해 나갈 것이란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금융업계에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면서 새로운 금감원 수장을 향한 기대감도 내비친 가운데, 일각에선 자질성이 의심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그가 대학 교수 재직 시절에 기업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겸직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윤 원장은 한림대·숭실대 교수로 재직했던 1998년부터 최근까지 한국거래소, HK저축은행, 한국시티은행 등 8곳에서 사외이사 또는 비상임이사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HK저축은행과 ING생명 등 5곳에서 활동할 당시 겸직 신고를 하지 않아 사립학교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일각에선 금융정책에 밝은 대표적인 진보 성향 경제학자로 현 정부의 금융개혁에 가장 깊이 관여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아왔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장 임명 시 사전 질문서를 허위로 기재했거나 청와대가 검증을 부실하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불거진 금감원 의혹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삼성 때리기’ 혈안…삼성 사안에만 민감


삼바, ‘상장 폐지론’ 대두…지나친 비약 주장



삼성바이오는 당시 복제약 개발 등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하자 공동투자자인 미국계 다국적 제약사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배력의 상실 또는 악화를 우려해 관계사로 변경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면 맞나? “바이오젠 콜옵션” 핵심


이번 의혹에 삼성바이오는 당시 복제약 개발 등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하자 공동투자자인 미국계 다국적 제약사 바이오젠이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배력의 상실 또는 악화를 우려해 관계사로 변경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와 함께 에피스를 설립하면서 지분을 ‘50%-1주’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갖고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바이오가 94.6%, 바이오젠이 5.4%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만약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에피스의 지분을 50%-1주까지 늘리게 될 경우, 삼성바이오와 공동경영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으로부터 다음달 29일까지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서신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밝히면서 삼성바이오 입장에 힘이 실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삼성바이오가 콜옵션 가능성을 주장했던 3년 전과 지금의 상황과는 같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며 삼성의 입장에 맞대응하고 있다.


전문가 시각 “현 시점에 관계회사 추진 정당”


이 가운데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삼성바이오 사안과 관련, 흑자회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관계회사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내놨다.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를 공식화했다는 게 이유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진행해 삼성바이오와 비슷한 지분을 가지게 될 경우, 삼성바이오는 에피스의 종속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현 시점에서 에피스는 삼성바이오의 관계회사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옳다는 게 일각의 시선이다.


또 기업의 적자 및 악재가 겹친다 한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근거가 미약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평가했다.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이 같은 결과를 판단으로 기업의 가치를 낮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바이오주 열풍이 불었을 때 코스닥의 시가총액 상위에는 셀트리온 및 신라젠 등의 기업이 포함됐다.


일반적으로 시장과 투자자들은 바이오산업에 속한 기업에 현재보다는 미래의 가치에 중점을 두고 투자하고 있는 형국이다.


바이오젠이 삼성이라는 대기업이 주력으로 삼는 삼성바이오라면 적자를 보더라도 콜옵션을 행사해 공동 운영의 한 축이 됨으로써 스스로 미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하는 감리위원회(감리위)가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임시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11시간이 넘긴 장시간의 공방에도 감리위는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해 3차회의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가 확정되려면 적어도 6월말 또는 7월 초가 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혐의 확정까지는 감리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분식회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시장에 적지 않은 여파가 클 것으로 점쳐진다.


[사진제공=뉴시스, 삼성바이오로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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