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눈물 펑펑 쏟게 한 ‘원 지사 피습사건’…반(反)세력 흔들어

바야흐로 지방선거의 계절이 도래했다. 오는 6월 13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는데, 해당 선거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여야는 지방선거에 뛸 대표 선수들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스페셜경제>는 유권자들에게 ‘어느 후보가 진정한 참일꾼인가’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또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혹독하고, 엄격할수록 좋다는 취지에서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주요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편집자 주>.


정치인의 숨겨진 ‘엑스맨’은 ‘자녀’…‘원 후보, 부녀는 달랐다’

원희룡, 휴머니티 불어넣어…딸 SNS 논란 불식+표심 확보해


[스페셜경제=박고은 기자]북미 정상회담 영향으로 6.13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선거 분위기가 실종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제주 지역만큼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양상이다.


양강 구도를 형성한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와 무소속 원희룡 후보의 지지율 판세가 한 달만에 요동치면서 선거 판도가 급변하게 됐다.


지난달만해도 제주도지사 선거 여론조사에서 탈환을 노리는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는 재선에 도전하는 무소속 원희룡 후보보다 10.3%p 차를 보이며 앞서갔지만 지난 16일에는 원 후보와 문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치게 됐다.


그리고 지난 21일 원 후보가 무섭게 맹추격한 끝에 문 후보를 따돌리게 됐다. 이처럼 제주 지역 판세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박빙의 승부를 보이고 있다.


제주MBC?제주신보?제주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주)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한 제주도지사 선거 3차 여론조사 결과 원 후보는 41.9%, 문 후보는 32.8%를 얻었다. 원 후보가 9.1%P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제주 제2공항 반대 주민의 원 후보 폭행사건에 따른 동정여론과 문 대림 후보의 공짜 골프 논란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가족이 엑스맨인 듯 아들?딸들이 아버지 정치 장래를 발목 잡았던 것과 달리 원 후보 딸은 아버지 폭행 피해와 관련 SNS를 통해 “제발 몸만 건드리지 말아달라”고 아버지를 향한 절절한 심경을 밝히면서 표심을 흔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원 후보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아하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위로하는 모습을 통해 ‘반(反) 원희룡’ 세력이 주춤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5월 20일 하루 동안 제주도 거주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무선 73% 가상번호 표집틀과 유선 27%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걸기(RDD, random digit dialing)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했다. 응답률은 18.3%(총 5496명 중 1006명 응답 완료)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지난달 23일 발표한 조사는 한라일보?미디어제주?시사제주?제주투데이?헤드라인제주가 국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주)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4월 19일부터 20일까지 제주도 거주 19세 이상 성인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16일 발표한 여론조사는 5월 14일부터 15일까지 제주의소리?KCTV제주방송?제주일보 등이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한 결과, ‘출마한 후보 중 누가 제주도지사가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원 후보가 41.0%, 문 후보 36.8%를 얻었다. 이들은 불과 4.2%p로 오차범위(±3.1%) 내 접전을 펼쳤다.


각기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제주 제2공항 뭐가 문제인가…원희룡 피습까지


현재 제주지역 최대 쟁점인 제주 제2공항 개발 사업은 2015년 국토교통부가 포화상태에 이른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을 위해 제2공항을 오는 2025년 이전 개항해 두 개의 공항을 운영하도록 한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당시에는 제2공항을 건설하는 방안이 제주공항을 그대로 운영하면서 활주로 1본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으로 환경 훼손이 적고, 상대적으로 적은 공사비(4조1000억원)가 소요된다고 했다. 특히 기존 제주공항과 제2공항을 동시에 운영해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최적 대안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주민 동의 절차 없이 입지가 선정된 것 말고도 제2공항 예정지에서 600m 떨어진 성산읍 수산1리에서 동굴들이 누락되고, 오름 훼손 가능성 발견, 정석비행장 안개 일수 통계가 부풀려지는 등 정부 조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반발에 부딪혔다.


원 후보 측은 “타당성 재조사 용역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제2공항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지난 14일 피습 사건까지 불거졌다.


이날 원 후보는 ‘제주제2공항 관련 원 포인트 도지사 예비후보 합동 토론회’에 참가했다. 토론회가 마무리 되어가면서 어수선할 때 갑자기 제주 제2공항 유치를 반대하는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김경배 부위원장이 순식간에 단상에 뛰어들어 원 후보에게 날계란을 던지고 얼굴을 두 차례 가격 했다.


느닷없는 폭행 상황에 토론장 내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원 후보 보좌진들도 재빨리 김 위원장을 제압하려 했지만 김 위원장이 소지하던 과도로 자해를 하면서 토론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자해한 김 부위원장은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습격당한 원 후보도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원 후보 딸의 호소…원희룡, 휴머니티 불어넣어


원 후보 폭행 피해에 원 후보 딸이 눈물로 호소한 점도 전국적 이슈가 됐다.


원 후보 딸은 “실컷 욕을 하셔도 좋고 반대표를 던지시고 비방하고 무슨 짓을 하셔도 좋다. 계란 던지시는 것도 좋다”면서 “제가 부탁드리는 것 하나는 제발 몸만 건드리지 말아 달라. 때리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면서 눈길을 모았다.


그러면서 “솔직한 마음으로는 정계를 은퇴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미워하셔도 좋으니 제발 목숨이나 신체만은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


또한 “가해자분도 가족 있으실 테고 귀한 아들딸들 있으실 텐데 그분이 다치시면 자녀분들도 똑같이 속상해하실텐데 왜 저희 가족 생각은 안하셨는지 화가 난다”고 아버지를 향한 절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물론 논란이 된 부분도 있었다. 원 후보 딸은 항간에 유포된 폭행 기획설과 관련 “짜고 치는 연기였다. 맞고도 왜 가만히 있냐는 분들 제가 가서 똑같이 해드릴까요?”라고 격한 글을 올렸다.


특히 아직 젊은 나이의 원 후보를 두고 “아빠가 호상(好喪) 당해야 할텐데”라고 여과 없이 말해 논란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그만큼 젊은 부친의 상(喪)을 우려해야 하는 정치인 자녀의 심정은 십분 이해할 법하다.


특히 당시 김 부위원장이 과도를 소지한 점도 딸의 신경을 더욱 압박했을 것으로 보인다.


원 후보 딸이 심경을 페이스북에 남겼을 때도 “혹시라도 찔렸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며 “제발 목숨이나 신체만은 건드리지 말아달라”고 말해 아버지의 안위를 걱정하는 효심을 높이 사기도 했다.


나아가 이를 수습하는 원 후보의 처신도 호감을 얻었다.


먼저 원 후보는 15일 SNS를 통해 “제 딸이 페이스북에 저를 걱정하는 글을 올렸다. 상황을 제대로 모르고 밤새 울며 잠을 설친 와중에 올린 모양”이라며 “정치인이기에 앞서 가장으로서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려고 최선을 다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어제 일로 사랑하는 가족들이 받은 충격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고 애틋한 부성애가 담긴 말을 남겼다.


무엇보다 “내 탓이오 하는 성찰과 상대입장을 헤아리는 공감의 마음으로 이번 일을 받아들이자고 가족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며 “저를 끝까지 믿고 아낌없이 지지해 주는 가족들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수신제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를 통해서 원 후보는 ‘정치인도 사람이다’라는 뻔하지만 유권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휴머니티를 드러냄으로서 딸의 SNS 논란을 불식시켰다.


자식의 발목잡기로 낭패를 본 정치인이 해마다 나오던 때에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는 원희룡 부녀의 모습은 훈훈함을 안기고 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건 피습을 한 김 부위원장을 대하는 원 후보의 태도였다.


원 후보는 “오히려 그분이 자해로 많이 다쳤다고 들었다. 저는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써야했던 그분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고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하게 된 김 부위원장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분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며,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혀 단순히 동정여론이 아닌 ‘반(反) 원희룡’ 세력이 주춤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2공항 관심↑찬성층↓, 막판 변수 가능성 높아


제주지역 최대 현안이면서도 폭행사건으로 전국적인 관심도가 높아가고 있지만 지역 내 찬성 기류는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개발 계획 발표 직후였던 2015년 12월에만 찬성이 무려 71.1%(제주 KBS)로 과반을 훌쩍 넘겼지만 지난 2월 11일부터 12일까지 제주CBS와 제주MBC, 제주新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주)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한 결과 찬성은 53.2%로 무려 17.9% 하락했다. 그리고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과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지난달 11일 발표한 ‘성산 제2공항 건설계획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찬성이 42.7%로 과반을 넘기지 못했다.


해당 조사는 코리아리서치가 진행했으며 제주도 내 만 19세 이상 남?여 1028명을 대상으로 했고 표본오차는 ±3.1%P, 신뢰수준은 95%이며 성·연령·지역별 가중치가 부여됐다. 지난달 5일 진행된 총 조사 인원은 2만6234명이며 응답률은 3.97%다.(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기존 제주 공항 확장과 정석비행장 활용 대안에 대한 지지도가 높고 자연환경 파괴와 난개발에 등을 돌린 것으로 보여진다.


이처럼 제2공항에 대한 찬성 기류가 높지 않고 제2공항을 반대하는 유권자들이 상당히 두터워 이들의 표심이 현재의 선거 판세를 가를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개혁 소장파답게 당 나온 원희룡 후보, 꽃길 걷어찬 이유는

가시밭길 ‘무소속 선거’ 결정 ‘왜’…‘제주, 특수 환경 노렸다’

원조 소장파 원희룡, 꽃길 마다한 이유는?


원 후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젊고 똑똑한 보수 개혁의 아이콘이다.


특히 제주 명문고로 알려진 제주제일고를 나와 대입 학력고사 전국수석, 서울대 법학 입학, 노동계 투신, 사법고시 전체 수석, 검사에서 국회의원 3선까지 화려한 엘리트 코스를 밟다 고향 제주에서 도지사로 돌아왔다.


보수정당에서도 남경필 경기도 지사 예비후보와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과 함께 일명 남·원·정 트리오를 형성, 보수 정치권 내 몇 안 되는 개혁 소장파로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기성세대 지도자상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통해 잠룡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려왔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로 새누리당을 탈당, 원 후보는 남·원·정 트리오와 함께 새로운 보수를 지향하는 바른정당에 합류했다.


하지만 바른정당의 집단 탈당 사태와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 창당 과정에서 탈당했다. 원 후보는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입당하지 않은 채 현재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다.


원 후보는 지난 3월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합당의 시기나 방식, 그리고 내용에 대해서 저랑 생각이 다른 부분이 많다”면서 “야당의 건강한 견제 역량이 작동해야 하는데 야당 연대는 선거에서 특정 후보가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당에 대한 회의감을 표출했다.


이어 “국민들이 걱정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국정 운영의 견제 축으로써 야당 연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본인이 원하는 지향점을 밝히기도 했다.


개혁 소장파답게 현 정당 구조에 대한 비판도 가감 없이 말하기도 했다.


탈당 기자회견 당시 원 후보는 “정치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개혁정치의 뜻을 현재의 정당구조에서는 실현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특정 정당에 매이지 않고, 당파적인 진영의 울타리도 뛰어넘겠다. 제주도민의 더 나은 삶과 제주도의 더 밝은 미래에 집중해 도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민생 정치에 매진하겠다”고 무소속으로 출마, 내실 있는 도정활동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원희룡, 가시밭길 ‘무소속 선거’ 결정 ‘왜’



원 후보가 이같이 당적을 버릴 만큼 본인의 정치적 신념을 지켜나갈 수 있었던 근본적 배경은 정치적 텃밭의 특수적인 환경 덕분이다.


제주도는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총 여섯번 열린 제주지사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의 당선이 무려 세차례나 있을 정도로 당보다는 인물론이 강세다.


그가 2014년 처음 제주지사 선거에 나왔을 때도 새누리당이라는 후광보다는 ‘제주가 낳은 아들’이라는 점을 앞세워 압도적 지지를 받기도 했다.


현재도 제주도민 50% 넘게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문 후보는 이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때문에 이번 제주 선거에서도 당보다는 인물론이 강세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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