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막바지 발목 잡는 호쾌한 입담 양날 검

바야흐로 지방선거의 계절이 도래했다. 오는 6월 13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는데, 해당 선거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여야는 지방선거에 뛸 대표 선수들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스페셜경제>는 유권자들에게 ‘어느 후보가 진정한 참일꾼인가’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또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혹독하고, 엄격할수록 좋다는 취지에서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주요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편집자 주>.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사이다 발언도 형수 욕설 녹취록도 거침없이 시원했다. 재치있는 입담가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의 언사가 양날의 검이 된 모양새다. 라이벌 격인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가 지난 13일 욕설 녹취록을 들었다며 이 후보의 소속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후보교체를 요구하면서 포문을 열자 남 지사의 소속당인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가 공식석상과 SNS를 넘나들며 지원사격에 나섰고 급기야 23일엔 한국당 홈페이지에 녹취록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이 후보 측은 고발조치 하겠다며 맞불을 놨지만 소송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녹취록이 버젓이 돌아다닐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승소한다 하더라도 이미지 손실은 불가피 한 상태다. 녹취록이 이미 카카오톡 등 메신저 프로그램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링크공유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녹취록이 담긴 ‘민주당 후보 검증시리즈 1탄’ 게시물엔 이 후보의 ▲성남FC-네이버 유착관계 의혹과 ▲조폭인사 채용의혹 ▲측근비리 ▲막말논란 ▲범법이력 등이 포함되며 논란을 확장시키고 있다.


‘공사현장 막말’·‘형수 욕설’ 읽히고 또 읽히는 고전


‘혜경궁 김씨’ 논란 모두가 친문할 때 비문한 댓가?


지난해 19대 대선에서 불거졌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당시 대선후보)의 형수욕설 파문이 본격적으로 재조명된 것은 지난 13일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지사 후보가 이를 이유로 민주당에 후보교체를 요구하면서 부터다.


남 후보는 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틀 전 이 후보가 자신의 친형과 형수에게 충격적인 폭언을 하는 음성 파일을 들었다”며 “상식 이하의 인격을 가진 이 후보를 선거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해당 녹취록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셋째 형과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같은 날 이 후보는 자신의 SNS에 반박 게시물을 올렸지만 이후 남 지사가 ‘시기적 오류’를 주장하며 공방을 이어갔고 여기에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참전하고 민주당도 대변인의 입을 통한 당 차원의 대응에 나서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그러다 한국당은 23일 ‘국민의 알권리와 공공의 이익을 위한 후보자 검증’ 시리즈라며 ‘민주당 후보 검증시리즈 1탄 이재명 후보편’을 통해 해당 녹취록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이 후보측과 민주당은 “녹음파일 공개는 대법원에서 이미 불법으로 확정 판결한 것”이라며 “홍준표 대표 및 박성중 홍보본부장에 대하여 즉각 민형사상 모든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다만, 이 같은 고발조치가 향후 효력을 거둔다 하더라도 이미 발생하고 있는 이 후보의 이미지 실추는 되돌리기 어렵게 됐다. 한국당 홈페이지에 게제된 녹취록이 카카오톡 등 메신저나 SNS 프로그램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경우도 라디오 방송 등에서 우회적으로 남 후보의 이혼경력과 아들 마약·폭행 문제등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남 후보는 이혼과정에서 공개적인 불협화음을 노출한 적이 없고, 아들 문제의 경우엔 본인의 실질적 개입은 없다는 점에서 욕설파문과 같은 선상에서 대처할 경우 상대적으로 열세의 전략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 후보가 “네거티브 없는 정책선거 하겠다는 약속 저는 끝까지 지킬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도 이 같은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욕설 외 막말 지적, 성남 조폭연루설도…검증 융단폭격


한국당의 이번 ‘이재명 검증’ 게시물에는 ▲채용비리 의혹 (친인척·수행비서 가족·조폭기업 관련자) ▲측근비리 (구속 및 실형 선고·성남시청 압수수색) ▲막말 (출신대학 비하·철거민 폭언· SNS 각종 막말) ▲범법행위 (공무원 사칭·음주 운전·공무집행 방해·선거법 위반·논문표절 등이 포함 됐다는 점도 이 후보의 입장에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이 이 후보와 관련한 논란들을 조목조목 정리해놓은 셈이다.


특히 가족 간에 이뤄진 욕설파문 외에도 철거민 폭언과 SNS 막말 논란 등은 남 후보 등이 주장하는 이 후보의 인성 논란을 부채질하는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 비교적 최근 문제가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성남시장 예비후보의 조폭연루설도 지적됐다.


은 후보의 조폭연루설은 은 후보가 조폭 출신 사업가 이 모(37)씨에게 개인 운전기사와 차량 유지비 등을 무상지원 받았다는 의혹이다.


문제는 이 씨가 성남 지역을 근거지로 활동한 조폭이라는 점과 이 후보가 당시 성남시장이었다는 점 등에서 이 후보도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국당은 은 후보의 운전기사였던 최 모(36)씨가 작년 7월 성남시청 대중교통과에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됐었다는 점과 최씨의 아내와 최씨를 운전기사로 소개해준 배 모씨의 친동생도 각각 성남시 산하기관과 관계기관에 채용됐다는 점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이 후보와 조폭 사업가 이 씨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을 의심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이 씨 소유의 K사는 2015년부터 성남시와 업무 제휴를 통해 언론의 노출빈도를 높인 바 있다. 이 후보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SNS에 이 씨의 실명을 언급하며 감사표현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또 이 씨의 이 후보가 구단주인 성남시민프로축구단(FC)와의 연관성도 지적된 바 있다. 이 씨의 K사는 2016년 1월 성남FC의 공식 후원사가 됐으며 그 해 성남FC에 자사의 제품을 지원하고 몇 가지 행사를 함께 주최하는 등 적극적인 관계를 맺었다.


아울러 K사는 같은 해 5월엔 주빌리은행 관련 축구행사의 후원사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주빌리은행의 은행장이다. 이어 이 씨는 동년 10월 연1회 뽑는 ‘성남시 중소기업인 수상자’로 위촉되기도 했다.



이재명, ‘앞으론 한국당 뒤로는 문빠 진퇴양난’


이처럼 한국당의 공세에 이 후보가 어려운 검증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이 후보의 적은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이 후보가 은 후보와 함께 조폭연루설에 휘말렸을 당시 인터넷 기사 댓글, 커뮤니티와 SNS 등지에서 두 후보를 맹비난 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지지층인 이른바 ‘문빠’들이 다수인 것으로 파악됐었다.


이 후보의 경우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에서 친문 대표인사인 전해철 의원을 꺾고 올라온 것이 결정적 화근이 됐다는 분석이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후보로서 겨루던 지난 대선 당시에도 문 후보를 비판하며 문빠들로 부터 공세를 받은 이력이 있다. 문빠 입장에서 이 후보는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민주당 경선에서 불거진 ‘혜경궁 김씨 논란’에서도 감지된 바 있다. 혜경궁 김씨 논란은 @08_hkkim 계정을 사용하는 트위터 유저가 경선 후보 전 의원에 대한 비방글을 올린 것을 두고 문빠들이 이 후보의 아내인 김혜경 여사라고 주장한 것이다.


문빠들이 해당 사용자의 아이디, 연락처, 메일주소, 과거 게시글 등을 파헤쳤다는 것인데 전 의원이 이를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조치 하면서 확산됐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패배 이후 가장 먼저 차기 경기도지사 후보로서 거론됐으며 준비 또한 그 즈음부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꾸준히 지지율 1위를 이어오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다만, 이 후보의 검증이 외부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검증까지 함께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은 이 후보 입장에서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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