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한반도 운전자 빛 발해…중재자→공조자

트럼프, 중국 견제구…남북미 종전선언 확실해져


[스페셜경제=박고은 기자]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시각 22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체제 안전 뿐 아니라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는 등 북한을 달래는 태도를 보였다.


북한과 가장 이견을 보였던 비핵화 방식은 여전히 단계적 해결이 아닌 일괄타결 입장을 재확인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라거나 “정확히 그렇게 하는 게 불가능할 수도 있는 어떤 물리적 이유가 있다”고 말하면서 본질적으로는 일괄타결로 진행하는 걸 선호하지만 북한과의 협상에서 여지를 주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한미연합훈련과 미국 정부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 방식을 비난하는 것에 대해 ‘중국 배후설’을 제기하는 등 중국에 대한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일괄타결 재확인, 합의 이행 단계적 여지 남긴 것인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비핵화 방식에 대해 질문하자 “한꺼번에 일괄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완전히 그렇게 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꺼번에 빅딜로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한꺼번에 이뤄진다는 것은 물리적인 여건으로 봤을 때 불가능할 수도 있다. 물리적인 이유로 아주 짧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그것은 일괄타결”이라고 말했다.


이는 본질적으로는 일괄타결로 진행하지만 합의 이행을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난 3월 30일 청와대는 리비아식 해법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며 “북핵 문제가 25년째인데 TV 코드를 뽑으면 TV가 꺼지듯이 일괄타결 선언을 하면 비핵화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면서 “검증과 핵폐기는 순차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세하게 잘라서 조금씩 밟아나갔던 것이 지난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두 정상이 선언을 함으로써 큰 뚜껑을 씌우고 그다음에 실무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단계적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나아가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7일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의 인터뷰를 인용, “북한이 충분히 큰 보증금을 맡긴다면, 동시ㆍ단계별 보상 방식을 협의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당시 손턴 대행은 “비핵화 의지를 입증하기 위해 북한이 어느 정도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미리 폐기하고, 그에 상응해 미국이 취할 조치 수준을 정하는 것이 핵심 문제”라고 말해 북한과 미국이 상호 신뢰를 쌓는 것, 빠른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어느 정도 수준에서 수용하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양손에 당근과 채찍


‘북한과 김정은이 CVID를 결정한다면, 당신은 정말로 북한 정권의 안전을 보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보장하겠다고 이야기 해온 것”이라며 “김정은은 안전할 것이고 북한은 굉장히 번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아시다시피 지금까지 한국에 수조 달러의 지원을 해왔다”면서 “지금 한국을 보시면 얼마나 세계에서 훌륭한 국가인지 다 아실 것”이라고 한국에 버금가는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다만 “이번에 협상이 잘 이뤄진다면 김정은을 굉장히 기쁘게 할 것이고 만약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가 솔직히 생각해서는 김정은은 그렇게 기쁘지 않을 것”이라며 “(회담)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열리지 않을 것이고 아마도 회담은 다음에 열릴 것이다. 아마도 다른 시기에 열릴 것”이라고 회담 연기까지 언급하며 북한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의 중국 견제구…남북미 종전선언 확실해져



더욱이 중국에 대한 견제도 잊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김 위원장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2차 정상회담 이후 태도가 변한 것을 언급하며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다. 그렇지 않길 바란다”고 불쾌한 감정을 서슴없이 표출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만남에 대해서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이라며 “그리고 어느 정도 태도 변화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인 것은 틀림없다”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중국의 배후설을 공론화했다.


특히 시 주석을 세계 최고 도박사, 속내를 감추는 승부사라는 뜻의 포커 플레이어로 비유하면서도 자신을 가리켜 “나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크게 의식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심지어 양국 정상은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했던 종전선언을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국이 함께 선언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정부는 한반도 내 중국의 영향력을 서서히 걷어내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文 대통령, 한반도 운전자 빛 발해…중재자에서 공조자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 띄워주기에 나서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대해 얼마나 신뢰하고 있나’는 질문에 대해 “문 대통령의 능력을 굉장히 신뢰하고 있다”며 “지금 문 대통령이 아니면 이 문제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문 대통령의 역할을 높이 평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는 예전에도 많은 대통령이 있었지만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문 대통령의 기여가 아주 컸고 한국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인 것이 아주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극찬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을 띄워주면서 외교적 책임론을 두드러지게 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이끄는 분이 트럼프 대통령이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의 극적인 대화, 긍정적인 상황 변화를 이끌어내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께서 북미 정상회담도 반드시 성공시켜서 65년 동안 끝내지 못했던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룸과 동시에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북미 간에도 수교를 하고, 정상적인 관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세계사에 있어서 엄청난 대전환이 될 것”이라고 역사적 책임을 명확히 밝혔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단순히 중재자 입장에만 머물지 않고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함께 공조하겠다는 점을 부각했다.


문 대통령은 “저의 역할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중재를 하는 그런 입장이라기보다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 또 그것이 한반도와 대한민국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국과 함께 긴밀하게 공조하고 협력하는 관계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출처=뉴시스, 청와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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