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도 안 되는 급여·퇴직금 미청구 합의…직원들 분노

청호나이스는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갑질’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스페셜경제=최은경 기자]문재인 정부는 취임 전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일자리 창출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가운데, 실제 민간 기업들도 많은 노력을 통해 정권에 발 맞춰가는 분위기다.


그런 정부 기조에 청호나이스도 쉽지 않은 경영환경 속에서도 엔지니어들의 정규직 전환하겠다고 동참하고 나섰다.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 제품의 설치와 A/S업무를 수행하는 기사 1,70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시작한 것.


하지만 청호나이스는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갑질’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정작 엔지니어들은 사측이 제시한 정책이 오히려 해고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뿐만 아니라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청호나이스 고발 관련 청원 글들이 계속 올라오면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 방판 시장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분명 필요하지만 실제 기업의 현실과 괴리가 작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현재 청호나이스는 정규직 전환 추진 정책에 나서도 논란의 한 가운데 선 상태다.


일방적인 시행에 따른 기업부담과 부작용을 고려해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갑질 근절 부탁드립니다”…靑 국민청원도 등장


원론적 해명 급급한 사측, “사실과 다르다” 주장


정규직 전환 정책 질러놓기만(?)


최근 업계에 따르면 청호나이스는 이달 초 생활가전 제품 설치와 A/S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서비스 전문회사‘나이스엔지니어링’의 출범 소식을 알렸다.


사측은 위탁 계약을 체결했던 1700여 명의 엔지니어들 중 희망자에 한해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약속했다.


고용 안정성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를 반영해 기존 엔지니어들의 계약관계 전환 요청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게다가 청호나이스는 향후 나이스엔지니어링 소속 정규직 엔지니어는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근무조건에서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전까지 청호나이스 엔지니어는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정수기 등 제품 설치 및 방문판매 등을 담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정수기 등 제품 설치 및 방문판매 등을 담당했던 엔지니어들은 이 회사 소속이 되는 것이다.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정작 엔지니어들은 정규직 전환이 오히려 해고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호나이스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에 앞서 6개월, 6개월, 12개월 등 3단계의 계약직을 거쳐 2년 뒤 평가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조건을 붙였다.


결국 2년 간의 근무 평가 결과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또는 계약직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청호나이스 고발 관련 청원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직원들 분통…반발 확산 일로


이 같은 논란은 지난달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호나이스 기업 갑질 근절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해당 글에 따르면 현재 청호나이스에 근무 중인 AS기사는 비록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지만 지금까지의 퇴직금은 받지 않는 조건으로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합의서 작성을 강요받았다고 호소했다.


청원자가 밝힌 회사 측의 정규직 조건에 따르면 ▲최저임금보다 적은 현재 임금 ▲근무 시간의 경우 평일 오전 8시 출근 6시 퇴근, 주말 8시 출근 5시 퇴근 ▲퇴근 시간 이후에만 가능한 고객들의 AS와 점검은 무조건 해야 함 ▲업무는 모두 자가 차량으로 진행해야 하며 별도의 유지비용 없음 등이다.


또한 회사 측이 그동안 일해온 사람들에게 퇴직금에 대해 따지지 않겠다는 합의서까지 작성하게 하며 불합리하게 정규직 전환을 강요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25일 다른 청원자는 ‘정규직 채용 조건으로 그동안의 퇴직금을 주지 못한다는 청호나이스를 고발한다’는 또 다른 글을 작성했다.


이 청원 글에 따르면 물론 엔지니어들이 개인사업자로 근무를 하는 형태이지만 합의서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이 제기됐다.


청원자는 까다로운 정규직 전환 조건으로 비율을 낮추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또 근무기간이 많으면 10년이 넘는 이들도 있는데 해당 인원에 대한 엄청난 금액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대기업의 갑질이며 꼼수라고 비난했다.


“사실과 다르다” 해명


한편 청호나이스 측은 앞서 불거진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사측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규직 전환을 진행 중 일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정규직 전환은 방판시장에서 가장 큰 자산은 조직원으로 여기기 때문에, 이들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지해 시도한 것”이라며 해명했다.


합의서 작성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에 대해 “강요성은 전혀 없었다. 개인사업자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고, 이를 이해했다는 점을 상호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사측은 현장 인력들의 근로조건에 대해 과정상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최대 보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청호나이스·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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