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에서 중도를 거쳐 보수까지…신뢰의 마지막 기회

바야흐로 지방선거의 계절이 도래했다. 오는 6월 13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는데, 해당 선거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여야는 지방선거에 뛸 대표 선수들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스페셜경제>는 유권자들에게 ‘어느 후보가 진정한 참일꾼인가’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또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혹독하고, 엄격할수록 좋다는 취지에서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주요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편집자 주>.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문득 불어온 바람의 온도를 통해 계절이 바뀌었음을 실감했다는 관용적 표현이 있듯, 알게 모르게 때 되면 불어오는 것이 계절풍이다. 워낙 자주 반복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다 보니 막상 바람을 대할 때도 그냥 왔구나 하고 인지하는 정도지 어머! 하고 화들짝 놀라 감탄사를 뿜을 일은 아니다. 정치권에도 잊을 만 하면 부는 이른바 안풍(安風)이란 게 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벤처 창업신화로 젊은 층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정치권의 다크호스로 부상한 이래 국민의당 창당, 대선후보 경선 등에서 무수한 바람을 몰고 다녔다. 다만 초창기 안 후보 지지층이 기대한 안풍의 형태가 태풍에 가까웠다면 현재 안풍은 잠시 불었다 없어지기를 무한정 반복하는 계절풍 정도로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비슷한 자극이 반복되면 무뎌진다. 안 후보는 불사조처럼 되살아나지만 늘 바람이 약해 중불만 붙다 말아버리니 지지층이 감탄사를 자아낼 시간이 부족했다. 최근 안 후보는 바른미래당 합당 뒤 백의종군에 나섰지만 6·13 지방선거라는 호재 아래 서울시장 예비후보로서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부활했다.


다만, 잦은 실패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감도 있다. 과거 안풍에 비춰 이번 안풍의 일기예보를 그려보기로 한다.



새정치민주연합부터 바른미래까지 불멸의 피닉수?


분열유전자 安과 劉…바른미래당 다를 수 있을까?


안 후보의 부활 날개짓이 가장 뚜렷했던 건 현 정권이 탄생한 제19대 대선국면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하자 안 전 지사에게 쏠려있던 중도보수표가 안 후보에게 쏠리면서 2위 예상 후보로 순식간에 치고 올라간 탓이다. 안풍에 대한 기대치가 급격하게 상승했던 시기다. 다만 예상과 달리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에게 못 미치는 3등으로 대선을 마무리하면서 안풍은 그쳤고 태울 바람이 사라진 안 후보의 불꽃은 사그러들기 시작했다.


대선은 패배했지만 그럼에도 대선과정에서 쌓은 인지도로 안 후보가 재기할 기회는 좀 더 있어보였다. 다만 ‘문준용 제보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안 후보의 불꽃은 완전히 전소됐다.


문준용 제보조작 사건은 19대 대선과정에서 논란이 된 문준용 한국고용정보원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 국민의당 일부 인사가 조작된 제보로 의혹을 제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역풍을 맞은 사건이다.


대선국면에서 취업특혜 의혹은 보수진영과 국민의당 등이 앞 다퉈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확산됐었다. 다만, 국민의당의 경우 대선 이후 이유미씨가 증거로 제공한 문씨와 관련한 카카오톡 대화내용, 문씨의 파슨스 스쿨 동료의 녹음파일 등이 조작된 것으로 판명 나며 위기에 처했다.


문제는 당시 대선후보였던 안 후보가 이 사실을 알았던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퍼지면서 안 후보의 정계은퇴론까지 거론되는 등 안 후보 본인도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특히 당사자인 이유미씨는 안 후보와 카이스트 테크노대학원의 사제지간이었다는 점은 이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또한 이씨에 대해선 제18대 대선에서 안 후보의 진심캠프에서의 활동이력, 2016년 4·13 총선 당시 여수에서 국민의당 예비 후보 등록 사실이 조명되기도 했다.


아울러 공범으로 수감 된 이준서 최고위원은 안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한 이후 영입한 청년 인재 1호였다.


한편, 19대 대선에서 문 후보의 아킬레스 건으로 문준용 특혜의혹이 제기됐었다면, 안 후보는 부인인 김미경씨의 카이스트·서울대 특혜 채용논란 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히 서울대 의혹의 경우 민주당이 안 후보와 김씨가 서울대에 1+1형태로 취업한 이력을 문제 삼은 것인데, 민주당은 안 후보가 서울대 교수로 가는 조건으로 김씨의 동시 채용을 요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민주당은 김씨가 서울대에서 채용계획이 세워지기도 전에 채용지원서와 추천서 등을 제출했다는 것을 근거로 들어 이같이 주장했다.



안 후보의 측근문제 이번만이 아니다?


안 후보는 작년 한 해 문준용 제보조작 의혹 이외에도 유독 측근문제로 곤혹을 앓는 경우가 많았다. 박주원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DJ) 비자금 허위제보 의혹’도 그 중 하나인데 한 언론이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 국회에서 논란이 된 ‘DJ 100억원 양도성예금증서 의혹’을 제보한 인물이 박 전 최고위원으로 드러났다고 밝히면서 부터다.


박 전 최고위원이 신속히 자진사퇴하면서 사태진화에 나섰지만, 호남지지기반이 핵심인 당시 국민의당 입장에서 호남 민심을 요동치게 할 수 있는 이같은 사건은 당시 당 대표였던 안 후보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그렇지 않아도 안 후보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었던 터라 호남권의 질타 대상이 돼 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인재영입 갈등은 현재진행형


안 후보의 인재영입과 관련한 문제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오는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보궐선거에서 안 후보의 지역구였던 노원병 공천을 두고 유승민계와 안철수계의 마찰이 빚어졌던 것.


바른정당 시절부터 유승민계가 노원병 카드로 준비하고 있었던 이준석 바른미래당 노원병 공동지역위원장이 해당 지역에 단수 추천을 넣었으나 안철수계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공천할 심산이었던 안철수계 인사들이 이 위원장의 공천을 저지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이 위원장과 김 교수는 SNS 등에서 서로를 향해 거친 말을 쏘아대는 등 사태가 확장됐다. 결국 김 교수가 스스로 출마 의사를 접으면서 사건은 일단락 됐으나, 이 과정에서 안 후보가 이 위원장을 직접 만나 노원병 출마를 접는 조건으로 자신의 캠프 대변인직을 제안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며 사태가 고조되기도 했다.


가장 핵심 문제는 바른미래당이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공천단계에서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파열음을 내고 있다는 것인데 아직 공천이 확정되지 않은 송파구을 등에서 또다른 잡음이 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바른미래당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과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 간의 반목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지 않겠냐는 전망까지도 제기되는 형국이다.


이미 바른미래당은 창당작업 초기부터 정강정책에 ‘보수·진보’나 ‘햇볕정책’ 같은 표현을 넣느냐 마느냐로도 한차례 잡음을 일으킨 바 있다.


정치권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진보진영에서 시작해 중도를 거쳐 보수에 가깝게 이동하고 있는 안 후보가 V3 벤처신화의 장본인답게 손익계산에 따른 모험을 즐긴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고 바른정당과의 합당 강행 과정에서는 통합에 반대하는 다수 의원(現 평화당)과 결별하기도 했다. 안 후보가 분열로 인한 실패를 거듭할수록 안 후보 지지자들이 안풍에 거는 기대감도 함께 떨어질 우려가 있다.



정치 유망주 安, 길지 않은 천재신인의 시간


반복되는 실패. 사실 안 후보의 서울시장 도전에 가장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이 부분으로 보인다. 수험생이 재수 삼수를 거듭할수록 집안의 기대치가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대선후보로서의 기대치는 한껏 올려놓았지만 결국 대권을 잡지 못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스포츠계를 보더라도 유망주의 시간은 매우 짧다. 아무리 주목받는 천재 신인이라 하더라도 잦은 부상, 잦은 일탈 등으로 전성기를 허비하면 어느 순간 빛도 못 본채 뒤안길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장 도전은 안 대표가 향후 다시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신뢰의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안 후보의 지지율은 아직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사실상 유력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현 서울시장을 이기는 것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 후보가 박 시장을 이기기 위한 조건으로는 자유한국당 김문수 의원과의 묵시적 야권연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현 정부의 견제심리로 보수 및 중도표심이 자연스럽게 이길 가능성이 높은 야권 후보에게로 쏠릴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에 안 후보는 자신이 ‘야권 대표선수’ 임을 강조해오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다만, 이 시나리오가 성사되기 위해선 한국당 김 후보가 원사이드하게 안 후보에게 밀려나야 하는데 김 후보가 의외로 샤이보수의 밑바닥 민심을 훑으며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며 묵시적으로 단일화 되는 표심의 효과가 생각보다 저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안 후보 입장에서 서울시장 당선이 좌초될 시 목표는 1등과 호각의 대결을 치루는 2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죽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장렬한 패배를 받아들이면 이후 당권도전의 길이 열린다는 시나리오인데, 이 경우에도 당내 바른정당 출신들과 한집 살림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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