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재임기간에 비례하는 박원순표 실책…포퓰리즘 대명사 위기

바야흐로 지방선거의 계절이 도래했다. 오는 6월 13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는데, 해당 선거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여야는 지방선거에 뛸 대표 선수들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스페셜경제>는 유권자들에게 ‘어느 후보가 진정한 참일꾼인가’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또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혹독하고, 엄격할수록 좋다는 취지에서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주요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편집자 주>.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넌 이미 죽어있다” 최근 6·13 지방선거 준비국면을 설명하기에 안성맞춤인 한 유명만화의 대사다. 실제로 여론조사 지지율만 보면 이미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압승해 있음에 다름없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심판심리가 작용한 정권교체, ‘판문점 선언’ 이후 밝아져만 가는 성공적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떨어질 줄 모르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견인 쌍두마차 역할을 해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무대응 전략’에선 이미 이겨놓은 싸움에서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노련한 계산이 엿보이는 듯하다. 오죽하면 라이벌 안철수 선거캠프의 손학규 선대위원장이 “출마 선언을 했는데 선거운동을 전혀 안 하고 있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와 남북 대화 분위기에 얹혀있는 것”이라고 답답함을 내비쳤겠는가.


일각에선 박 시장이 새로 보여줄 것보다 감춰야 할 과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재선시장으로 7년의 재임기간 동안 쌓인 실책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아울러 새로운 공약을 내기도 머쓱한 상황이다. 재선을 하고도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비전을 3선에서 이룰 것이라고 하면 당장 ‘그동안은 무얼 했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文정부 코드인사 원조? 구의역 인재(人災)잔상


3일간 150억 공중분해 재선 노하우 포퓰리즘?


박원순 서울시장은 언제부터 적극적인 행보가 도리어 독이 된다고 판단했던 걸까. 이에 대한 해답은 미세먼지 대책 실패를 분기점으로 보는 것이 가장 근접해 보인다. 당초 박 시장은 소통의 이미지를 연출하는데 적극적이었다. 한 TV프로그램에선 힙합이 장기인 젊은 인기연예인에게 달려가 랩 과 유사한 빠른 말을 쏟아내며 서울시장 3선 도전에 대한 의욕을 표현하기도 했다. 당초 예정에 없던 돌발 상황이었다.


‘미세먼지 발생일 대중교통 무료’ 정책도 이러한 행보의 산물이다. 이 정책은 광화문 미세먼지 대책 토론회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박 시장이 일부 시민의 의견에 수락의 뜻을 밝히면서 추진됐다. 이 그림만 놓고 보자면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열린 자세의 서울시장 이미지를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은 전문가 집단이 아니었고, 설령 이들의 의견을 받았어도 서울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인 만큼 좀더 신중하고 충분한 검토가 진행됐어야 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결과론적으로 이 정책은 미세먼지 감축과 교통 혼잡 완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채 하루에 시 예산을 50억씩 날리는 결과만 낳았다. 앞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과정에서 다른 후보들의 집중공략 지점이 됐음은 물론이다.


아울러 이 혼란을 가속화 시킨 것은 박 시장의 강행군이었다. 박 시장의 이 대책을 두고 첫날부터 여론의 날선 비판이 쏟아졌지만 박 시장은 꿋꿋히 이틀을 더 강행하고서야 대책의 미흡함을 인정했다. 물론 그는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낫다”고 자평했다.


그리고 그는 현재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거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비용위해 안전 희생했다? ‘朴 아킬레스건’ 구의역 사고


박 시장의 재임기간 중 가장 큰 원성을 들었던 실책을 꼽으라면 구의역 사고를 꼽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의역 사고는 지난 2016년 5월 28일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장장에서 용역업체 은성PSD 직원 김 모(당시19세, 남)씨가 열차와 스크린 도어 사이에 끼여 사망한 사건이다.


문제는 이 사건 이전에도 박 시장의 재임기간 내 두 차례나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망사고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스크린 도어 사망 사고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서울시의 시스템적 문제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면서 지적된 것이 서울메트로 안전업무의 외주화다. 비용절감을 위해 위험 업무를 외주화 했다는 것인데 이러한 문제 지적은 서울지하철노조 측에서도 나왔다. 노동자 안전에 대한 책임을 원청과 하청이 서로 떠넘기는 상황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2014년 2월 맥킨지와 삼일회계법인의 서울메트로에 대한 컨설팅(용역비 30억원) 보고서를 보면 당시 외주용역 비효율 업무 조정 등을 권고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라이벌인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등은 이를 근거로 ‘서울시가 안전강화보다는 비용절감에 초점을 둔 것’이라고 질타하고 있기도 하다.


안 후보 측은 통합 이전의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를 비교해 설명하기도 한다. 위험업무를 정규직 직원이 처리하던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사고가 전혀 없었는데 비정규직 외주용역 인원이 담당하던 서울메트로는 사고가 잦았다는 지적이다.


구의역 사고 뿌리는 관피아?


이와 함께 제기된 것이 박 시장의 서울메트로 낙하산 의혹이다. 박 시장의 선거캠프 또는 시민단체에서 함께 활동했던 인물들이 서울메트로에 기용됐다는 것이다.


박 시장의 자기사람 챙기기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박 시장 취임 후 채용(2011년~2017년)된 85명의 별정직 공무원 중 16명이 시민단체 출신이라는 점도 논란이 됐다.



친문 아닌 朴, 친문 속 녹아들기 먹힐까?


박 시장이 이같은 문제점들을 최대한 이슈화 시키지 않기 위해 후보 간 설전을 피하며 6월 12일 성사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대화 등의 이슈 사이에 숨는 전략은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시장이 ‘문재인 정부와의 원팀’을 강조하는 것은 이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박 시장은 민주당 내부에서는 친문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사로 지목된다. 지난 19대 대선준비국면에서 대선후보로서 행보에 시동을 걸었던 박 시장은 당시 당내 최고 유력후보인 문재인 현 대통령에게 강한 비판을 쏟아내 친문 진영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박 시장이 대선국면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일찌감치 출마를 단념하지 않았다면 이같은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현재 민주당에선 ‘당 내에 친문이 아닌 사람은 없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지방선거에 나서는 이들은 하나같이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찍은 사진’을 포스터에 넣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했다고 한다. 정치권 일각의 친문에 대한 비판 주요골자는 ‘계파’문제인 만큼 당내 특정 세력의 규모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 내부에서부터 친문 마케팅의 진정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박 시장이 이같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박 시장의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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