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최근 잇따라 후판 가격을 인상하면서 조선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올 들어 잇단 수주로 불황 터널을 벗어날 조짐을 보인 조선업계가 ‘후판 가격 인상’이란 암초를 만나며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선박 제조원가 최대 20%…후판가 인상 ‘조선업 울상’


철강업계가 원재료 가격 인상과 미국 관세 보복에 더해 수년 간 동결을 이유로 최근 일제히 후판 가격을 인상함에 따라 여전히 ‘일감 절벽’을 호소하고 있는 조선업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철강업계는 올 상반기(1~6월) 후판 가격을 톤(t)당 3~5만 원 수준 올리는 데 합의했다.


후판은 통상 선박이나 교량 등 대형 구조물에 쓰이는 주 철강재로, 조선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에 주로 납품된다.


조선업계 불황에 따라 후판가는 지난 2006년 이후 t당 100만 원선에서 50만 원선으로 반토막 났고 사실상 지난 3년 간 동결된 상태다.


올 상반기 철강업계는 최근 조선업계와 만나 약 10만 원 수준의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반발에 밀려 인상폭을 낮추는 선(3~5만 원)에서 타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포스코와 동국제강,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업체들은 후판 가격을 일제히 올리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3월 후판가를 3만 원 인상한 데 이어 최근 2만 원 추가로 올렸다. 동국제강의 경우 지난달 말 후판 가격을 인상했으며 현대제철 역시 t당 5만원 수준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 정상화’ 철강업, “여전히 후판가 낮아”


양 업계는 통상 반기별로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해오고 있는 가운데 올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인상 가능성도 타진되고 있다. 상반기 인상에도 철강업계의 후판 관련 실적에 대한 적자 탈출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 탓이다.


철강업계는 그간 조선업에 대한 고통분담 차원에서 후판 가격 동결이란 ‘배려’를 해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무역 관련 반덤핑 관세 등 높아진 압박 수위와 후판에 들어가는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후판가 정상화’에 본격 돌입한 양상이다.


조선업계는 이미 지난 2016년부터 수년 간 지속된 수주 절벽에서 아직 불황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올해 부쩍 늘어난 신규수주에 대한 경계적 성격의 의미가 강하다.


통상 후판은 선박 제조원가의 약 10~20%를 차지한다. 이번 후판가 인상에 조선업계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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