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새롬 기자]지난 19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샤넬 노동조합이 사측과의 임금협상을 타결하면서 쟁의행위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12월 첫 임금협상이 결렬된 뒤 12회의 교섭과 결렬을 반복간 끝에 노조가 부분파업을 이어간 지 26일 만이다.


명품 브랜드 샤넬은 지난해 연 1,7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업계 최고 성장률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직원들에게는 야박한 모양새를 보였다.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직원들의 월급은 고작 6,000원 인상도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였던 것이다.


이런 사측의 태도에 샤넬코리아 노동조합원들은 지난달 25일과 지난 14일 두 차례의 부분파업과 복장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러한 노조의 쟁의행위에 노조에 가입한 직원들을 상대로 탈퇴를 회유하는가 하면, 비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두 자리 수의 임금협상을 진행하는 등 ‘노조파괴’ 행위로 대응한 바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이번 샤넬코리아의 ‘노사분규’에 대해 짚어보기로 했다.



기업 공식입장 발표… “법 준수·고용창출 힘쓴다”



제품가 2.4%↑…직원 임금은 0.3%도 힘들다? ‘호소’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샤넬코리아의 노동조합원은 합리적인 임금과 근로 환경 개선을 주장하며, 지난달 25일 부분 파업을 시작으로 30일에는 복장파업까지 강행했다.


검은 유니폼을 입고 단정한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을 유지한 채 고객들을 응대하던 직원들은 매장별로 ‘임금인상’ 등이 적힌 티셔츠를 맞춰 입는 등 자유로운 사복 차림으로 고객들을 마주했다. 매장에는 ‘저희는 쟁의 투쟁 중입니다’ 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임금인상 ▲고강도 노동환경 개선 ▲‘그루밍 룰’ 완화 등 크게 3가지다.


직원 복지는 나몰라라?


샤넬 노조는 올해 기본급을 최저임금 인상 폭만큼 인상해줄 것을 요구했다.


올 초 샤넬은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는 향수, 스킨케어, 메이크업 제품 총 325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2.4% 인상했다.


그러나 정작 노조가 요구하는 0.3% 인상안에 있어서는 두 차례 열린 협상테이블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당시 노조가 요구하는 0.3% 인상안을 가격으로 환산하면 월 6,000원, 연 7만2000원 수준이다. 하지만 사측은 이미 기본급이 14% 인상됐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는 것.


이에 대해 노조 측은 꼼수 인상이라고 주장했다. 기존 기본급에 별도 항목으로 측정됐던 상여금을 이번 연봉협상 당시 12개월로 나눠 기본금에 포함시키면서 기본급 자체는 올랐으나 실질적으로 직원들의 급여가 인상된 것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10년을 근무해도 신입직원, 아르바이트생 등과 급여 차이가 나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필요해”


아울러 이들이 문제 삼은 건 이뿐 만이 아니다. 인력 충원 등을 통해 고강도 노동환경 개선에 대해서도 주장했다. 지난해 김소연 노조위원장은 산업통상부 국정감사에서 “근무 시간이 너무 길고 퇴근 시간이 늦어 아이를 돌보지 못한다”며 “동료들 역시 출산과 육아에 힘들어 한다”고 호소한 바 있다.


현재 샤넬은 작은 매장의 경우 1인 개장, 1인 마감 형식으로 근무하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까닭이다.


이에 오전 근무 직원은 아침 청소, 진열제품 정리 및 먼지제거, 입고 제품 정리 뿐 아니라 손님 응대까지 홀로 응대해야한다. 마감 직원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매장 정리 및 청소, 당일 매출 마감, 포스(PDA)마감에 퇴근시간 대의 손님 응대까지 도맡아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도 힘들 뿐 아니라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완벽한 색조화장에 매니큐어까지 엄격하게 규제하는 등 까다로운 ‘그루밍 룰’도 출근시간이 일러지게 하는 요소였다.


노조 측은 직원들의 높은 이탈률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급여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애사심을 갖고 일하던 직원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는 것이다.




사측, 비조합원 별도 임금협상 체결… “노조 파괴?”


사측, ‘노조파괴’ 대응… 조합원들 파업 후 길거리행


이런 가운데 지난 9일 사측이 노조 조합원을 회유하고 노조 탈퇴를 권유한 정황이 고용부 근로감독관에게 적발되면서, 샤넬 노조는 지난 1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사측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노조탈퇴서가 집중적으로 접수됐으며, 확인 결과 사측은 탈퇴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별도의 임금협상을 체결했다. 9일에는 탈퇴 비조합을 모아 임금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노조를 약화시킬 목적으로 탈퇴를 종용하는 것은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이는 단체교섭 교란을 위해 비조합원의 임금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불이익취급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있다.


노조 측은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에 회사는 ‘노조파괴’ 행위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소연 위원장 역시 “교섭 당시 월 6,000원도 수용하지 않겠다던 회사가 비조합원들에는 두 자릿수 인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노조는 14일 오후 부분파업 후 전체 조합원이 서울 일대에서 거리 선전전과 함께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명동·신촌·강남 3곳에서 300여 명의 조합원들은 시민들에게 쟁의행위를 알리면서 자신들의 모습을 촬영해 SNS 등을 통해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날 오후 서울역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든 이들은 “노조 활동을 무력화하고 직원들을 분열시키려는 회사와 싸우겠다”고 말하며 즐거운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조를 지키는 투쟁을 할 것임을 밝혔다.


본사, 유감의 뜻 표명… “원만한 협의 지속”


한편 업계에선 샤넬 노조의 파업이 장기전으로 진행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지만, 최근 프랑스 본사가 첫 입장을 표명한 뒤 최종 합의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앞서 18일 <머니투데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샤넬 본사는 “이번 파업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면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타결 방안을 찾으려 했으나 파업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스러운 입장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노사 간 이견 차이는 단순한 금액 차이가 아닌 여러 내부 현안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면서도 “노조와의 성실한 협의를 지속해 전 임직원 및 회사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노조 측은 “노사 간 입장차이가 있으나 진전된 협상을 기대한다”고 밝혔으며 다음날인 19일 노사의 최종 협상이 타결된 것이다.


샤넬 노조는 ‘2018 임금 잠정 협약문’을 통해 ▲임금체계 개편 및 임금 인상 ▲매장 별 인력 운영 기준 ▲업무 효율화 세부 합의 등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소연 샤넬 노조 위원장은 “어려운 협상 과정 속에서 교섭과 투쟁 기간 함께 하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노조는 회사의 수용에 대한 진정성을 신뢰하고 앞으로 노사 관계를 회복하고 발전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선 한 달 여 간의 파업 끝에 샤넬은 노조 측과 원만한 임금협상을 타결하고, 업무환경개선에 나서겠다고 공언했지만, 노동자 처우 관련 업계 주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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