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만 하면 된다?…‘비윤리적 경영’ 비판 커져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디젤게이트’ 논란으로 국내 판매를 중단했던 아우디폭스바겐이 20개월 만에 신차 판매를 재개하고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폭스바겐 측이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보상도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은근슬쩍 판매를 재개했다는 것이다.


물론 폭스바겐 측은 국내 판매를 재개하면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빚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만약 정말 폭스바겐이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면 보상안이나 리콜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을 리 없다.


문제가 터졌을 당시에는 국내 소비자들의 불편?불만 사항에 대해서는 ‘침묵’하다, 신차를 판매할 시점에 신뢰 회복 등을 이야기하면서 국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결국 폭스바겐이 국내 소비자들을 ‘호갱이’로 보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이에 <스페셜경제> 측은 2년 만에 신차 판매를 재개하고도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우디폭스바겐에 대해서 짚어보기로 했다.


국내 소비자들 대한 ‘추가 보상안’ 불투명?
리콜도 제대로 안 되는데 ‘신차 판매’ 돌입



폭스바겐은 지난 18일 대대적인 신차 출시 행사를 열고 국내 시장의 복귀를 알렸다. 디젤 게이트로 인해서 국내 판매가 중단된 지 약 2년만의 일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신형 SUV를 비롯해 올해 출시되는 5개 전략차종을 공개하고, 소비자들을 끌기 위한 대대적인 할인 행사도 벌였다. 하지만 이 같은 폭스바겐의 행보를 바라보는 국내 소비자들의 눈길은 곱지 않다.


문제가 터진 후 약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보상이나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폭스바겐 측은 ‘디젤게이트’가 터지고 난 후 보상금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최대 12000만원, 캐나다의 소비자들에게는 50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겨우 100만원짜리 자사 쿠폰을 제공한 게 전부였다. 그러면서 보상금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도 없었다. 물론 ‘사과’ 역시 없었다. 이렇다보니 국내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폭스바겐 차주는 <본지>와의 취재에서 “일이 터진지 20개월이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내 소비자들은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은근슬쩍 신차 판매를 하면서 ‘디젤 게이트’가 없었던 일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길 바라는 것 같다. 이 같은 행보를 보면 폭스바겐이 한국과 한국 소비자들을 얼마나 우습게 봤는지를 알 수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폭스바겐 ‘소비자 신뢰’ 회복?…‘글쎄’

지난 6일 폭스바겐은 국내 영업을 재개하면서 서울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 고객 신뢰 회복 및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에 기여하기 위한 중장기 비전 및 실행 전략을 발표했다. 향후 3년간 총 40종의 신차를 선보이고, 사회공헌 활동에 100억원 가량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폭스바겐은 “해결해야 할 과거 사안들이 아직 남아있지만 매우 중요한 한국 시장에서의 고객 신뢰와 기업 명성을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파트너로서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폭스바겐 측은 ‘디젤게이트’로 피해를 본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추가 보상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으며, 향후 불거질 수 있는 배출가스 조작으로 인한 추가 리콜 가능성에 대해서도 확답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를 미뤄보자면 폭스바겐이 정말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마저 든다.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게 된 가장 핵심적인 요인에 대한 개선 의지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앞으로는 ‘잘하겠다’며 말 뿐인 약속을 하고 있는 것이다.


책임감 전무한 임원진들


심지어 ‘디젤게이트’가 터진 이후 국내 여론을 더 들끓었던 것에는 폭스바겐 경영진들의 행보도 한몫했다. 논란이 터졌을 당시 국내여론을 의식해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한 뒤 단 한 번의 재판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출가스 조작한 차량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요하네스 타머 전 총괄사장의 경우 건강상의 이유로 독일로 돌아간 지금까지 국내에 발길하지 않고 있다.


또한 타머 전 사장과 함께 기소 된 트레버 힐 전 사장 역시도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힐 전 사장에 대한 재판은 1년이 넘도록 올스탑 된 상태다. 경영진조차도 자사 차량에서 발생한 문제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이 피해를 봤음에도 이에 대한 책임은 2년이 넘도록 회피만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흐지부지 된 상황에서 다시금 신차를 들고 나왔다는 것 자체가 폭스바겐의 ‘경영 철학’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폭스바겐은 국내에서는 재판조차도 제대로 받지 않으면서 미국에서는 지난해 1월을 기점으로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한 3건의 소송을 마무리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 측이 유죄를 인정하고 약 43억 달러(약 5조 1400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하고 마무리 지었다.


이 같은 ‘차별 행보’는 폭스바겐이 한국과 국내 소비자들을 호갱님(호구 고갱님)으로 본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나 움직임 또는 제대로 된 사과는 한 마디도 없이, 마치 ‘과거 문제는 없었던 척’ 신차만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호갱님 취급을 당하는,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폭스바겐의 행보가 달가울 리 없다.


아직도 해결 안 된 ‘리콜’ 어쩌나?


사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디젤게이트’와 관련한 폭스바겐 논란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문제된 차량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구안의 리콜은 지난해 12월 기준 55%에 불과했다. 티구안은 지난해 1월 12일 배출가스 조작 대상 15개 차량 가운데 환경부로부터 가장 먼저 리콜 승인을 받았으며, 리콜 이행률 목표는 85%였다.


리콜 이행 기간은 18개월로 오는 7월 종료예정이다. 따라서 그 기간 사이에 30%를 더 높여야 하지만 리콜 이행률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월별로 보자면 지난해 ▲3월 22% ▲6월 43.6% ▲8월 46% ▲12월 55%로 시간이 갈수록 증가 폭이 둔화되는 추세다.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 30%를 채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업계 대부분의 시각이다.


리콜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성능 저하를 우려한 소비자들이 리콜을 꺼린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차주가 폭스바겐이 제시한 100만원 상당의 쿠폰을 받기 위해서라도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리콜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차주들은 현장에서 쿠폰만 받고 리콜은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주들 사이에서는 리콜을 받을 경우 엔진 성능과 연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될 경우 중고차로 되팔 때 감각상각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선뜻 리콜을 꺼려하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현행법상 폭스바겐이 리콜 목표치에 미달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리콜 이행률이 미진할 경우 기간을 추가로 연정할 수 있지만 그 외에 다른 제재는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는 리콜 이행률을 지키지 못할 경우 법적으로 1%당 패널티를 매기도록 한다. 하지만 국내는 이 같은 법이 없기 때문에 폭스바겐은 국내에서 리콜 이행률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추가적인 보상 계획이 정해진 것은 없다”며 “다만 국토부와 협의해서 리콜 이행률을 높이는데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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