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부당배상 꼼수(?) 정황 제기

옥시레킷벤키저(RB코리아)가 새로운 사업으로 내건 의약품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스페셜경제=최은경 기자]2년 전 가습기 살균제 파문으로 온 사회를 극도로 분노하게 만든 옥시레킷벤키저(RB코리아)가 새로운 사업으로 내건 의약품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옥시는 제품에 들어간 독성 화학물질 PHMG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73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자를 가장 많이 낸 최대 가해기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이에 따라 유해성을 알고도 제품을 판매한 혐의 탓에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움직임이 지속됐다.


그 결과 옥시 제품 매출 하락세와, 옥시 전 대표 등 관련 책임자들이 처벌을 받고 결국 옥시는 생활화학제품 단종 선언과, 국내 익산공장까지 폐쇄해 최악의 기로에 섰다.


하지만 옥시는 주요 유통 채널에서 자취를 감춘 것처럼 보였지만, 또 다시 의약품 사업 재개에 나섰다. 이를 두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피모)와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 등의 시민단체들이 ‘옥시 의약품 불매운동’을 결국 다시 선언했다.


이들은 옥시가 피해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기준을 내세워 배상 책임도 축소하며, 반강제적인 합의로 내몰아 피해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여전히 옥시를 비롯해,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주범의 기업들도 현재까지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아직 진상 규명이 해결되지 않은 채, 다시금 옥시 논란들이 수면 위로 떠올라 한동안 비난 여론이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옥시 아웃’ 의약품 불매운동 촉구


최근 가습기살균제피해자들과 가습기넷 등 시민단체는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앞에서 ‘옥시의약품 불매운동 발족 및 시민참여 촉구’란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옥시가 또 다시 의약품 사업을 재개하자, 2016년에 이어 다시 한 번 ‘불매운동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선 것이다.


현재 옥시는 제품에 회사 이름인 ‘옥시’를 빼고 영국 본사 영문 이니셜만 들어간 ‘RB코리아’로 바꿔 의약품 사업 재개에 나섰다. 스트렙실, 개비스콘, 듀렉스 등 헬스케어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옥시가 이미지 세탁에 나선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초 옥시는 직접 약사회를 찾아 판매자인 약사들에게 자사의 의약품을 광고하며 팔아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 소비자는 “가습기 살균제로 무고한 시민들을 죽음으로 몰게 한 옥시가 뻔뻔하게 의약품 사업 재개에 나선다는 소식에 분노가 끓었다”며 “살인기업의 의약품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며 비난했다.


아울러 대한약사회도 약국의 의약품 옥시 불매 운동에 대해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한약사회는 최근 가습기넷 공문에 대한 회신에서 “옥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발생한 피해자에 대해 옥시 측이 책임 있는 조치를 끝까지 다해야 한다는 본회의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약국에서 옥시 제품 판매 거부 운동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가습기넷은 전국 약사와 약국에 ‘우리 동네 약국, 옥시 불매’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고, 인터넷과 SNS를 중심으로 옥시 제품 목록을 공개한다고도 밝혔다.


뿐만 아니라 ‘#옥시제품_절대_사지마’ 캠페인, 그리고 티몬, 옥션 등 지금까지도 옥시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온라인 업체에 대해 의견 표명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배상에 사실상 시간을 끄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지치게 하고 있다는 시민 단체의 주장이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갑작스런 배상안 중단 결정<왜>


최근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배상에 사실상 시간을 끄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지치게 하고 있다는 시민 단체의 주장이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옥시는 최근 4차 피해자 113명과의 배상 협의를 중단했다. 지난 5일 정부로부터 3차 피해 선정기준이 1, 2차와 달라졌다는 설명을 듣고 이에 근거한 배상 제안을 위해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시 중단일 뿐 검토가 끝나면 조만간 배상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게 옥시 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가피모와 가습기넷은 옥시가 피해자들에게 최저임금 기준을 내세워 부당한 배상안을 내놓고 올해 3월 30일까지 동의하지 않으면 배상을 종료하겠다는 협박 등 반강제적인 합의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3차 판정 피해자를 인정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피해배상 협상을 중단, 4차 판정 피해자들에게 옥시 단독 협상 불가를 통보하는 등 여전히 피해자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피해자들의 항의가 지속되자 옥시 측은 M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배상중단’이 아닌 관련 기업들과 공동 배상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빚은 다른 20여 개 기업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현재 옥시만이 배상 책임을 지고 있다는 이유로 배상 책임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매출 타격에 휘청?


이 가운데 옥시는 최근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개비스콘은 지난 2015년에 80억5000만원, 2016년엔 49억7000만원에 비해 38%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에는 38억원까지 추락하면서 2016년 대비 23% 하락세를 기록했다. 인후염 완화제 ‘스트렙실’ 또한 2015년에 매출 70억3000만원을 기록했으나, 2016년에 51억2000만원, 지난해엔 36억6000만원까지 내려간 것으로 기록됐다.


이는 한때 연간 100억원 이상 판매고를 올렸던 히트 상품인 개비스콘과 다른 인기 일반의약품이었던 스트렙실 이미지가 실추된 대목을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옥시의 가습기 사태가 불거진 후, 전국적인 불매운동 바람이 불었고, 국내 약국에서 옥시 제품을 취급하지 않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반면 이 같은 옥시의 불매로 타 경쟁 제품을 출시한 보령제약은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제산제 ‘겔포스’는 지난해 국내 매출이 102억원으로 2016년 89억원 대비 14% 오른 것으로 기록했다. 또 인후염 치료제 ‘용각산’은 66억원으로 전년에 기록한 60억원 대비 10%가량 증가했다.


이에 보령제약은 겔포스와 용각산이 선전하자 라인 확장으로 소비자 저변 확대에 나선다고 밝혔다.



한편 <본지>는 옥시로 인해 다시금 불거진 시민단체의 움직임에 대해 사측의 입장을 듣고자, 옥시레킷벤키저 측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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