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이어 폭행 정황까지…‘눈총’

국내 최고 예술대학 한예종이 최근 잇단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국내 최고 예술학교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이 잇단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후배 집단폭행 사건으로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른 한예종이 잇단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간 대학가에 만연한 ‘선배 갑질’과 예술계 관행으로 치부된 ‘군대식 서열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이번 한예종 사태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학교 역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태다.


먼저 한예종 무용원에선 지난해 12월 후배 집단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선배 학생 8명이 후배 15명을 ‘언행이 불순하다’는 이유로 집단 폭행한 것이다.


경찰은 지난달 한예종 무용원 소속 가해 학생 8명을 특수강요 혐의로 불구속 입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예술계열 대학에서 자주 발생하는 선배 학생의 이른바 ‘군기 잡기’와 이에 따른 폭행 등의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예종 역시 타 대학 대비 단체생활이 잦고 졸업 후에도 사회 진출 과정에서 선후배 간 끌어주고 밀어주는 성향이 강해 이런 ‘군대식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한예종은 잇따라 불거지는 교수진들의 성추행 의혹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현직 교수 ‘미투 폭로’에 학교 측은 공식적으로 사과했으나 최근 또 다른 강사 성희롱 의혹이 터져나와 대학가 귀추가 주목된 상태다.


폭행 논란 식기 전 미투 폭로…‘강사 성희롱 의혹’
‘TF 가동’ 등 대책에도 잇단 의혹 “미봉책 불과?”


국외 ‘미투’ 바람이 올해 들어 특히 우리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학가 ‘미투 폭로’가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로 교수와 제자란 엄격한 수직적·상하적 관계에 따른 위계적 성폭력이란 인식이 대학가 전반에 작용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한예종 전통무용 강사 성희롱 의혹…“당사자 부인”


이와 관련, 최근 한예종에선 강사 성희롱 의혹이 불거졌다. 전통무용 강사가 학생을 상대로 지속적인 성희롱 발언을 이어왔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최근 한예종 전통예술원 건물엔 입구 초입부터 강사 A씨의 성희롱 발언을 폭로한 내용이 담긴 A4용지가 수십장 나붙었다.


건물 외벽과 화장실 벽, 복도 등에 부착된 해당 용지엔 A씨가 학생에게 “또 어디 가냐? 남자하고 섹스하러 가냐?”, “내가 승무로 너에게 감동을 주면 너 나에게 상납할래?” 등의 발언을 했다는 기록이 담겼다.


아울러 이 같은 폭로에 ‘2차 가해 하지말자’, ‘아닌 건 아니다’ 등 지지하는 내용의 종이들도 함께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자신의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한국 전통춤의 거목 우봉 이매방 명인의 제자로 이름을 알렸다. A씨는 한예종에서 강사로 일하는 중이다.


학교 측은 A씨를 우선 강의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취한 상태로, 현재 해당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예종은 전·현직 교수들의 잇단 미투 폭로에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바 있다.


김석만 전 연극원 교수에 이어 영상원 교수로 일한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이 잇따라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것이다.


인터넷커뮤니티 연극 뮤지컬 갤러리엔 김 전 교수의 실명을 거론하며 과거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폭로 글이 게재됐다. 김 전 교수의 성추행 사실과 함께 학교 측의 묵인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글쓴이는 김 전 교수가 과거 강제 키스 시도 등 성추행을 자신에게 저질렀지만 학교 상담 요청 뒤에도 여전히 학교 측은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학교는 교수 편이었다”고 말했다.


이태경 웹툰 작가 폭로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박재동 화백은 만화가협회에서 제명 처리되기도 했다.


김석만·박재동 등 전·현직 교수 ‘미투 연루’


한예종은 잇단 전현직 교수 미투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특히 박 화백의 경우 한예종 교수 재직 과정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온 사실이 드러나 학생 반발이 이어졌으나 학교 측이 늑장 대응으로 일관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학생들이 박 화백의 성희롱 발언을 꾸준히 문제 삼고 강의 배제를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한예종 측은 언론보도가 나간 뒤 부랴부랴 박 화백에 대한 강의 배제를 조치하고 진상 조사에 들어간 바 있다.


잇단 전현직 교수의 성추행 폭로에 한예종 측은 입장문을 내고 공식 사과 및 전담 태스크포스(TF)팀 구성 등 향후 대책을 밝힌 바 있지만 이번 강사 성희롱 의혹에 빛이 바랠 위기에 놓였다.


특히 한예종은 앞서 발생한 ‘후배 집단 폭행’ 논란의 여파에서도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예술계 갑질의 민낯이 드러난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 서초경찰서는 훈계를 이유로 후배를 폭행한 이 학교 학생 8명을 조사하고 기소 의견으로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해 12월 당시 4학년이던 이들은 서울 서초구 소재 한 연습실에서 1~3년 후배 15명을 상대로 가혹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선배는 남자 후배에게 ‘엎드려뻗쳐’를 시킨 뒤 빗자루의 나무봉 등을 이용해 마구 때리고, 여자 후배들은 무릎을 꿇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여학생 한 명은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응급실로 급히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학생들은 이런 폭행을 행사한 이유에 대해 ‘(후배들의) 언행이 불순해서’라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개강 봄바람을 타고 대학가에선 한겨울 발생한 한예종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군기 잡기’ 관행에 대한 척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투 운동이 활발해진 대학가에선 이런 관행을 악습으로 규정, 성폭력 문제를 포함해 대학 내 군기 문화에 대해서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해진 모습이다.


한편, 한예종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최근 불거진 미투에 연루된 강사의 경우 강의에서 배제 조치했으며,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성폭력 관련 TF를 꾸려 미투 진상 조사 및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후배 집단 폭행 사건과 관련해선 이에 연루된 학생들을 정학이나 근신 등 징계 절차를 완료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예종은 전문 예술인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 교육기관으로, 지난 1993년 설립됐다.

[사진제공=한예종 홍보영상 갈무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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