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자 트럼프, 김정은-文 대통령 제대로 합의 할까?


[스페셜경제=박고은 기자]역사적인 세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 퍼즐이 정부?미국을 통해 하나둘 흘러나오고 있다.


종전(終戰) 지지부터 비핵화 합의에 자신감을 보이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 평화협정 체결 의지를 보이면서도 미국의 역할을 부각시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들을 통해 북미간 물밑 접촉 과정에서 구체적 로드맵이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가 트럼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부활절 주말(3월 31일~4월 1일) 극비리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난 것으로 전해지면서 사전에 조율된 내용을 바탕으로 진행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마중물이 될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성과물이 나올지 관측하고 미국과 우리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68년만 종전선언, 비핵화 ‘첫발’

남?북?미?중 협정→북미 수교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종전(終戰)선언’에서 ‘평화협정’ 체결까지 이어지는 구상을 공식화 했다.


문 대통령은 19일 “65년 동안 끌어온 정전체제를 끝내고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의 체결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시각 17일 “남북한이 한국전쟁을 끝내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나는 이 논의를 축복(blessing)한다”고 종전 논의를 공개적으로 언급한지 하루 만에 재확인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종전 선언 시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을 함으로써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종전’ 나온 이유는?



갑자기 미국측에서 종전에 대해 말한 것을 두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종전을 넘어서 평화협정을 전제로 한 발언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1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를 통해 “평화협정은 미북 수교로 건너가기 위한 일종의 법률적 사전조치”라며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기 위해서 그 정도 반대급부는 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시 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 때까지 그거(북미수교) 안 해주고 비핵화만하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확실하게 그걸 보장해 줄 테니 비핵화를 하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종전협정을 정리를 하고 난 뒤에 평화협정 협상을 시작해야 되고, 평화협정 협상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는 북미수교를 해줘야 되기 때문에 북미수교까지 염두에 둔 얘기”라고 관측했다.


즉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종전협정→평화협정→북미수교 수순으로 체제안전을 보장하려는 방안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북미수교를 통해 북미 관계가 정상 궤도에 오르게 되면 북한은 정상국가로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다. 이럴 경우 현재 북한의 고립이 풀리면서 심각한 식량난, 경제 문제가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겨레>는 북한이 비핵화 대가로 미국에 5개항의 구체적 내용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5월 말 6월 초’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북미 접촉에서 북한이 ▲미국 핵 전략자산 한국에서 철수 ▲한-미 연합훈련 시 핵 전략자산 전개 중지 ▲재래식 및 핵무기 전면 공격 포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 ▲북미 수교를 제시했다.


이처럼 평화체제는 북한이 비핵화 대가로 요구하는 체제 안전과 맞닿아 있다.


‘종전’ 우리끼리 할 수 없어…윤곽 드러낸 ‘종전 로드맵’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궁극적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논의하겠지만 그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 종전 선언에 대해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종전 선언은 전쟁을 종료시켜 상호적대관계를 해소하려는 교전 당사국 간 공동의 의사표명이다. 국제법적인 효력은 없지만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첫 걸음이 되기 때문에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


앞서 종전 선언은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에서 논의된 바 있다. 당시 남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따라서 3자 남?북?미 또는 4자 남?북?미?중이 주체가 된다. 이에 남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경우 종전 선언은 가능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정전체제를 끝내고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이라는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기 때문에 종전 선언부터 중국의 참여를 이끌어 낼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는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1953년 7월 정전협정에 사인한 국제연합군(미국), 북한, 중국의 참여와 지지가 선행되어야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체제?비핵화 추진 의사를 재확인하고 종전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남북 간 적대 행위를 금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합의를 본 후 남북미 정상회담이나 남북미중 4자 회담을 통해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을 진행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비핵화는?



이렇듯 트럼프 대통령에서 시작된 종전협정과 평화협정을 문 대통령이 재확인하면서 전세계가 한반도 평화 체제에 이목이 쏠리자 일각에서는 비핵화 논의가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는 20일 “비핵화도 안 된 상태에서 종전선언과 평화체제를 말하는 것은 너무 앞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비핵화가 확실히 되면 평화는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라며 “완전한 비핵화를 행동으로 실천하도록 만들고 성과로 증명하라”고 몰아쳤다.


하지만 그간 선(先) 비핵화를 강조하며 그 어떠한 협상을 거부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종전을 지지하며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거나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도록 가능한 모든 일을 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보이는 것은 비핵화 의제가 물밑 협상으로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가 부활절 주말인 3월 31일부터 4월 1일에 트럼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극비리로 북한을 방문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5월말이나 6월초 열릴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사전조율 차원에서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2일 극비리로 미국을 방문, 새로 취임한 미국 백악관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신임 보좌관을 만난 것도 미국 측으로부터 방북 결과를 설명 받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폼페이오 내정자가 지난 12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보인 구체적인 비핵화 구상은 그가 이 기간 방북했을 가능성이 더욱 높다.


폼페이오 내정자는 당시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포기하는 것을 다루는 회담에서 북한 정권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어떤 조건을 내놓을지 집중할 것”이라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듯한 발언을 했다.


이어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비핵화 합의를 달성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며 “북·미 정상회담에서 외교적 성과 달성을 위해 적절하게 조건을 설정하는 것은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또한 “북한이 영구적으로 핵을 포기하기 전에는 보상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과거 선 보상 후 이행이라는 단계별 조치 이행과는 선을 그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청와대도 20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미국이 그간 주장하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 개념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 관련 실질적 대답을 들을 가능성이 높으며 그 대가로 체제보장의 시작점인 종전 선언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실제 ‘이행 로드맵’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 등 비핵화 합의를 거듭했지만 북한은 파기를 반복한 전례가 있다.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 이행 과정이 비핵화 합의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도 “종전선언에 대한 합의는 어렵지 않겠지만, 그 목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시켜 나갈 것인가하는 방안들은 쉽지 않다”며 “한꺼번에 다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비핵화 합의를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갈 디테일한 방안을 확보하는 것이 숙제로 남겨진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을 대내외로 피력하며 완전한 비핵화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하는 데는 단일한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경제협력을 의제로 삼지 않을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가 풀려나가 국제적인 제재가 해소돼야 남북관계도 그에 맞춰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남북?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논의 진전에 따라 경제협력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 ‘가이드라인’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하나의 씨앗 같은 존재다. 싹이 나오면 땅에 심을 수 있게 되지만 싹이 트지 않게 되면 심을 수가 없다.


즉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게 되는 일종의 길잡이이자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명확하다. 지난 17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미국과의 관계설정 모델로 ‘빌리 브란트-에곤 바’ 사례를 든 바 있다. 당시 임 실장은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와 그의 핵심참모 에곤 바가 동방정책을 펼치는 서독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미국을 어떻게 대하고 설득했으며, 이를 통해 독일통일의 초석을 세울 수 있었다는 독일통일사의 한 대목을 복기했다.


임 실장은 “남북 간 대화를 하는 데 1을 공들였다면 한미 간 소통엔 3 이상의 공을 들였다. 남북, 북미가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 풀지 못한 ‘근본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 역할의 한계가 녹아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 과정의 우리 정부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고 그 시작점을 우리 정부가 연다는 것은 우리 정부의 중재 노력이 큰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체제보장에 대해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 우려를 씻게끔 할 수 있는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길 기대한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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