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의 도 넘은 金 엄호…융단폭격 퍼붓는 야권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예산으로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논란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해외 출장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히며, “출장 후 관련 기관에 오해를 살 만한 혜택을 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세월호 참사 당일 노래방에서 법인카드로 16만 1000원을 결제했던 사실이 드러난 양승동 KBS 신임 사장에 대한 논란이 다소 가라앉은 반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출장이 정치권의 화두로 자리하면서 ‘양승동 노래방 논란’을 대체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김 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시절이었던 지난 2015년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왔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자진사퇴 및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철회 촉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에 청와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실패한 로비’라며 김기식 감싸기에 나서거나 ‘관행’이었다며 물타기를 하면서 김 원장을 둘러싼 여야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김기식 금감원장의 외유성 출장에 따른 여야 공방전에 대해 살펴봤다.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출장…로비성 출장


황제외유 수행 후 초고속 승진한 여비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와 예산결산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던 지난 2015년 5월 25일 9박 10일 일정으로 여비서와 함께 미국과 유럽 등으로 출장을 갔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은 정무위 피감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예산으로 충당됐다.


당시 김 원장을 수행했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직원들은 출장보고서에 “본 출장은 김 의원을 위한 ‘의전 성격’으로 현지 기관 섭외에 두 달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고 적었고, 또 “국회 결산 심사를 앞두고 의견 사항을 김 의원에게 전달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2015년 7월 정무위 결산 심사가 예정돼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정무위 간사와 예산결산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원장에게 로비성 외유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뿐만 아니다. 김 원장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예산으로 로비성 해외 출장을 다녀온 시기인 2015년 5월 우리은행 지원으로 2박 4일간 중국 충칭과 인도 첸나이를 방문했으며, 이에 앞서 2014년 3월에는 한국거래소(KRX) 예산으로 2박 3일간 우즈베키스탄 출장을 다녀왔다.


이와 같이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다녔던 김 원장의 로비성 출장 논란은 지난 5일자 <조선일보> 단독보도로 촉발됐는데, 해당 논란이 불거 진지 3일 만에야 김 원장은 입을 열었다.


지난 8일, 김 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의원 시절 공적인 목적과 이유로 관련기관의 협조를 얻어 해외 출장을 다녀왔으나 그것이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죄송스런 마음이 크다”며 “비록 출장 후 해당기관과 관련된 공적인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소신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했던 관련기관에 대해 오해를 살만한 혜택을 준 사실은 없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공직자로서 처신을 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며 피감기관에 혜택을 주지 않았음을 부각했다.


해외 출장시 여비서를 동행한데 대해서는 “출장 때 보좌관이나 비서와 동행한 부분에 대해서도 해당 업무를 직접 담당하고 보좌했기에 수행토록 했으나 그것 역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동행한 비서는 행정·의전 비서가 아니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및 산하 연구기관을 총괄 담당하는 정책비서”라고 덧붙였다.


‘김기식 감싸기’에 나선 靑·與…“내가 하면 관행이고 남이하면 적폐냐”


김 원장이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다녔던 사실은 인정했지만 혜택을 준 사실이 없다며 로비성 출장 논란을 일축하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7~8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원장에 대한 임명 철회는 없을 것이라며 ‘김기식 감싸기’에 나섰다.


특히 김 대변인은 지난 7일 “김 원장이 워싱턴 출장에 이어 유럽을 방문한 것은 유럽지부를 설립하려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는데, 실제 (김 원장이)출장을 다녀온 뒤 유럽지부 설립이 필요 없다고 판단해 국감기관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했다”며 “결과적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실패한 로비’로 끝났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의 이 같은 언급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로비 성격으로 김 원장에게 해외 출장을 제공했으나 결과적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의 로비는 실패했다는 취지다.


야당으로부터 ‘청와대 거수기’라는 조소 섞인 비난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역시 지난 8일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 출장은 간 것은 당시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일’이라며 김기식 감싸기에 동참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자유한국당 소속인 최경환·강효상 의원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영국 출장을 다녀온 사례를 거론하는 등 맞불을 놨다.


그러나 최경환·강효상 의원의 영국 출장은 김 원장의 미국·유럽 출장과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원장의 출장에 대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김 의원을 위한 의전 성격’, ‘결산 심사를 앞두고 김 의원에게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게 주목적’이라고 출장보고서에 적었지만, 최경환·강효상 의원의 영국 출장(2016년 7월 30일~8월 4일, 4박 6일 일정)에 대해선 ‘출장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과 관련된 현지조사를 위한 것으로 국회와 기획재정부의 요청에 따라 최경환·강효상 의원을 동행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고 적었다.


즉, 김 원장의 출장은 정무위 결산 심사를 앞두고 민원을 읍소하기 위한 의전 성격이 주목적이었다면 최경환·강효상 의원의 출장은 국회와 기재부 요청으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과 관련한 현지조사 차원이었다는 것.


이처럼 김기식 감싸기에 나선 청와대와 민주당의 행태에 대해, 바른미래당 김철근 대변인은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실패한 로비라고 감싸는 청와대와 관행이었다며 물타기하는 민주당, 이 게 적폐청산인가”라며 “그간 문재인 정부에서 해온 적폐청산이 ‘내가 하면 관행이고 남이하면 적폐’에 불과했음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일침을 가했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 소속이건 한국당 소속이건 상관없이 김 원장의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형사처벌 행위에도 진영논리를 들이대며 감싸는 민주당의 행태에, 정부여당의 목표가 적폐청산인지 아니면 적폐교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문재인 정권으로 적폐세력이 교대됐다고 직격했다.


바른미래당 김철근 대변인.

초고속 승진한 수행 여비서…특혜 제공 의혹


김 원장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예산으로 미국·유럽 출장을 다닐 당시 김 원장과 동행한 여비서에 대해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시 (김 원장을)수행한 비서가 담당업무를 하는 정책비서라고 했지만, 함께 수행한 여비서는 인턴신분이었다”면서 “9급 정책비서가 아니라 인턴 신분이었는데, 인턴은 엄연한 교육생”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는 통상적으로 정책업무 보좌는 보좌관급·비서관급이 수행한다는 사실은 국회와 언론인, 국민 여러분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김 원장)정책업무 보좌로 인턴을 동행했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 일이고, 공교롭게도 이 여비서 인턴은 황제외유를 수행한 이후 2015년 6월 18일 9급 비서로 국회사무처에 등록됐다”고 밝혔다.


이어 “또 8개월여 만인 2016년 2월 10일 7급 비서로 승진 임명됐다”며 김 원장을 수행한 여비서의 초고속 승진에 대해 꼬집었다.


이는 김 원장이 해당 여비서에게 특혜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해당 비서는 인턴 채용 당시 이미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박사 학위 과정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연구기관을 소관 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담당하도록 했기 때문에 단순 행정업무 보조가 아닌 정책업무 보좌를 담당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초고속 승진 논란에 대해선 “국회의원 임기 후반에 결원이 생길 때마다 주로 내부승진을 시켰고 해당 비서만 아니라 다른 인턴도 정식 비서로 승진했다”며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다만, 통상적으로 9급에서 7급으로 승진하는데 3~4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8개월 만에 승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 당초 해명에는 정책비서라고 주장했으나 김성태 원내대표의 지적이 제기되자 그제 서야 인턴임을 시인한 점도 거짓 해명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아울러 해당 여비서는 김 원장이 설립을 주도하고 금감원장으로 임명되기 직전까지 몸담았던 더미래연구소에서 현재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외유성 출장이 관행?…‘朴 특활비도 관행’


감싸고 변명할 일 아냐‥청산해야 할 적폐


김영란법 통과에 앞장서온 김기식…“그래서 더 가증스럽다”


한편, 김 원장은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다니던 시기를 전후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통과에 앞장서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국회 본회의에서 김영란법 제안 설명을 했으며 기자간담회와 성명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김영란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런 그가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다녔고, 자신의 주도적으로 설립한 더미래연구소를 통해 피감기관 관계자들에게 고액수강료를 받아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한다.


당시 피감기관 관계자들에게 고액 수강료를 받아 진행한 교육프로그램 강사들은 장하성 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민주당 우상호 의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 대부분 문재인 정권에서 요직을 차지한 인사들이다.


이에 대해 한국당 소속 국회 정무위원들은 “강의 내용과 강사료가 얼마였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2017년에도 (교육프로그램)참가비를 600만원으로 유지해 김영란법을 정면으로 위반했을 소지가 다분하고, 직권남용과 포괄적 뇌물수수 의혹 등도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은 권은희 의원을 비롯해 오신환·유의동·채이배·김수민 의원 등은 9일 ‘김기식 방지법’이란 이름으로 김영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김 원장이 누구보다 청탁금지와 이해충돌방지에 대해 잘 아는 분인데, 자신이 출연한 연구소(더미래연구소)에 기업인들이 고액의 교육비를 납부하도록 한 것과 피감기관 예산으로 본인과 보좌진의 해외 출장비를 지급토록 한 것은 모두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한 것”이라며 “이해충돌 방지입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김 원장의 행태로 확인할 수 있었기에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김 원장은 국회에서 김영란법의 입법을 주도했는데, 그래서 더 가증스럽다”며 “내로남불, 표리부동, 양두구육 등 적폐의 전형”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조 대표는 “정부여당이 나서서 감싸고 변명할 일이 아니고, 적폐청산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며 “청와대는 지명을 철회하고, 검찰은 뇌물죄와 직권남용죄에 해당되지 않는지 법적 검토를 해야한다”며 사법기관의 수사를 촉구했다.


아울러 청와대와 민주당을 겨냥해서는 “청와대 인사 검증팀은 일자리 숫자 채우기 위해서 앉아 있는 모양”이라며 “민주당은 뇌물 외유를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일’이라고 감싸고 나섰는데, 그러나 당시 같은 제의를 받은 다른 의원(한국당 김용태 정무위원장)은 ‘부적절하다’고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의 뇌물 외유가 (민주당의 주장대로)관행이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가져다 쓴 것도 관행이었다”며 일침을 날렸다.


2015년 3월 3일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일명 김영란법인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욕하면서 배운다더니…朴 ‘불통’ 닮아가는 文 대통령?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여기에 민주평화당까지 김기식 금감원장의 과거 로비성 출장에 대한 질타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사법기관의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기관의 비위 행위를 엄격하게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장 자리에 과거 피감기관 예산으로 로비성 출장을 다녀온 부적격 인사를 임명했으니, 야당의 반발은 당연해 보인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당시 관행이나 다른 유사한 사례에 비춰봤을 때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결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김 원장을 엄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와대도 인정했듯이 김 원장의 임명은 국민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 눈높이에서는 심각한 결함이고 해임사유에 해당된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권 청와대는 관행이라고 포장하면서 심각한 결함이 아니라고 한다. 그야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말이 조금도 사리에 맞지 아니함)’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똑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청산해야 할 적폐로 규정하지 않았을까.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대한 적폐는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정작 자신들이 행하고 있는 적폐에 대해선 관행이라 치부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야당 일각의 주장처럼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은 그저 보수정권을 겨냥한 정치보복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쯤 되면 ‘불통의 아이콘’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과연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6년 9월 4일 당시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은 전자결재를 통해 야당으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은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조경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이에 이재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현안브리핑을 통해 “귀 닫고 눈감은 박 대통령의 불통 행보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라며 “인사청문회를 통해 임명돼서는 안 될 인사임이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박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하며 국민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세 명의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됐다고 한들 해당 부처 공무원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허수아비 장관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은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욕하면서 배운다더니, 문재인 정권도 야당의 비판에 귀 닫고 눈감았던 박 전 대통령과 같은 불통 행보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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