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현대차그룹이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선진화된 출자구조 구축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선택은 '정공법'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지주사 전환이 아닌 출자구조 개편을 단행하면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는 1조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지주사 전환을 결정했다면 거액을 아낄 수 있었지만 정몽구 회장 등은 사회적 지지가 우선돼야한다는 판단이 앞선 것이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현대차그룹 대주주가 순환 출자고리 실타래를 풀면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느냐에 있다.


지난 28일 발표된 계획대로 현대모비스 및 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 등 사업구조 개편이 완료되더라도 기존 4개의 순환출자고리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7월 말 이후 변경상장이 완료되는 시점에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하고 있는 존속 현대모비스 지분 전부를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주식 매입에 필요한 자금은 대주주가 합병 후 현대글로비스 주식 처분 등을 통해 마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주식 처분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전례가 없는 대규모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게 된다.


현대차그룹 측은 양도세 규모가 해당 시점의 주식 가격, 매각 주식수에 따라 변동될 수 있지만 최소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근까지도 출자구조 재편과 관련 현대차그룹이 일부 계열사의 투자 부분만을 따로 떼 지주회사를 설립, 순환 출자고리를 해소하는 방식의 시나리오를 예상해 왔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지주사에 현물출자 함으로써 그룹 전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어 양도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경영권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세특례제한법에서는 주주가 지주사에 현물출자를 하면서 발생하는 양도차익 금액에 대해서는 해당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양도소득세 과세를 이연해 주고 있다.


1조원 세금보다 사회적 지지 '우선'


하지만 현대차 정몽구 회장 부자는 이런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 세금보다 사회적 지지와 그룹사의 사업 확장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경영철학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재편 과정은 대주주가 지분거래에 대한 막대한 세금을 납부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방식과 확실히 차별화 된다.


현대차그룹이 현물출자 방식의 지주회사 전환 구상을 접고 현대모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 체제로 구조 개편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경우, 대주주가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지주회사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 할 경우 미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할 수 있는 대규모 M&A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게 되면 지주회사 체제 내의 자회사 등이 공동 투자해 타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인수하려는 기업 규모가 크면 클 수록 한 개 계열사가 인수 부담을 모두 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한 현대·기아차를 각각 투자 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 할 경우 자동차 사업 본연의 경쟁력도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주주가 대규모 사재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재계는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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