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조작에 연루됐다고 폭로하면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27일, 정봉주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A씨(가명 안젤라)가 폭로 20일 만에 직접 입을 열었다.
A 씨와 변호인단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사실이 있었다는 것은 진실”이라며 성추행이 없었다던 정 의원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A 씨는 폭로 20일 만에 직접 입을 연데 대해 “제 존재 자체를 밝혀 제 미투가 가짜가 아니라는 걸 인정받고 싶었기에 이 자리에 섰다”며 “향후 제가 입을지도 모를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는 진실을 밝힐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이어 “2011년 12월 23일 (성추행을 당했던)기록을 찾던 중 최근 위치 기반 모바일 체크인 서비스 ‘포스퀘어’를 통해 하나의 증거를 찾았다”면서 “당시 제가 방문한 렉싱턴 호텔 1층 카페 겸 레스토랑인 뉴욕뉴욕 룸 안에서 찍은 셀카 사진과 함께 추가 체크인을 한 기록을 발견했다”며 성추행 사건 당일 오후 5시께 성추행 장소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A 씨가 12월 23일 오후 5시 5분 포스퀘어를 통해 뉴욕뉴욕 위치를 지정하고 ‘기다리는 시간’이라 적었고, 5시 37분에는 뉴욕뉴욕 내부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앞서 정 전 의원 변호인단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2011년 12월 23일 정 전 의원 일정이 연속 촬영된 780여 장의 사진을 확보하고 있다”며 성추행이 벌어진 장소와 시간대로 지목된 당일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렉싱턴호텔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A 씨는 “정 전 의원은 12월 23일 저를 렉싱턴 호텔에 만나러 올 시간이 없었다는 취지로 알리바이를 주장하면서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며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은 사건 발생 시간에 대한 부분인데, 제가 실제로 이날 오후 5시께 렉싱턴 호텔 내 카페에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그 증거를 공개하는 것이 도리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의원이 주장하는 대로 미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인데, 오늘 제가 밝힌 자료는 제 진술의 일관성을 뒷받침해주는 자료”라며 “이날 정 전 의원을 1시간을 기다렸고, 정 전 의원이 ‘바쁘니까 기다려라’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기억하는데, 20분도 안 되게 짧은 시간동안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전 의원은 오자마자 ‘남자친구 있느냐’, ‘성형수술도 해주려고 했는데 감옥에 가게 돼서 안타깝다’는 등 이상한 뉘앙스의 말을 했는데, 그래서 이 자리를 벗어나야겠다고 본능적으로 생각하고 코트를 입으려 하니까 옷걸이 밑에서 강제로 껴안고 키스를 시도했다”며 “이 과정에서 입술이 스쳤고, 그래서 정 전 의원을 밀쳐내고 나왔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사건 당일 오후 5시께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있었다는 증거를 제출하고 출석할 예정이다.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정 전 의원이 해당 의혹을 보도한 프레시안 기자 2명 등을 고소한 사건을 조사 중에 있다.
앞서 정 전 의원은 최초 의혹을 보도한 프레시안 소속 기자 2명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프레시안 측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정 전 의원을 고소했다.
다만, 정 전 의원은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A씨에 대해선 고소하지 않았다.
<사진제공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