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 첫 한국민주제약노조 합류…60년 만에 노조설립

국내 제약사 최초로 코오롱제약이 노조를 구성,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에 가입해 코오롱제약지부를 설립하면서 관련 업계들이 주목하고 있다.

[스페셜경제=최은경 기자]최근 국내 제약사 최초로 코오롱제약이 노조를 구성,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에 가입해 코오롱제약지부를 설립하면서 관련 업계들이 주목하고 있다.


코오롱제약은 코오롱그룹의 계열사로서 60년 역사를 지녔다. 세계 최초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로 인상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코오롱생명과학과 티슈진의 수장 이우석 대표가 겸하고 있다.


그간 제약업계는 만연한 상명하복 문화와 불투명한 인사가 잦은 탓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피폐해진 조직문화로 굳혀갔다.


국내 제약사의 경우 영업부 위주 노조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생산직 노조가 결성된 사례가 많았고, 이 같은 코오롱제약의 노조 출범은 국내 제약사가 민주제약노조에 가입한 첫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코오롱 노동조합의 결성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간 회사 측의 부당한 조직 문화나 불투명한 인사 조치에 대항해 노조 결성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말 또다시 불합리한 인사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며 몇몇 조합원들 간 뜻을 모아 결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이 같은 코오롱제약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계기를 발판으로 국내 제약사에 모범적인 사례가 돼 노조 환경을 바꿀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 같은 존재로 나아갈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노조 측, “가입하면 승진 어려워” 부당 노동행위 주장


“약 공급 어려워” 그룹 내 지원 미흡…업계, “성장 미미”


영업노조 출범 성공, '부당인사' 등 적폐 청산 ‘올인’


한국민주제약노조에는 한국노바티스 등 14개 다국적제약사가 가입돼 있는 한국노총산하 노동조합이다.


코오롱제약의 경우 이번에 가입함으로써 15번째 조합원으로서 지위를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코오롱제약 노조 결성에 가입된 인원은 영업부 주축 70여 명으로 팀장급들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코오롱제약지부의 서대원 지부장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기위해 나섰다고 노조 설립 배경에 대해 밝혔다. 우선 그는 코오롱제약 내부에서 영업부를 대상으로 한 부당한 인사조치가 만연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서 지부장에 따르면 인사팀의 경우 말로는 순환보직이라고 하면서 영업부 직원에 지역을 바꾸면서 발령을 내기도 했고, 당사자와 협의 없이 갑작스런 지방 발령 통보도 있었다고 전했다. 게다가 적응하지 못한 직원은 퇴사하는 사례까지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회사 내에 정량화된 인사 평가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인사권을 남용해 수년 째 코드인사와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직원 권익 보호차 노조를 설비할 수 없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노조 가입에 압력 정황, 진실은?


더 큰 문제는 최근 코오롱제약에서 직원들의 노조가입을 막기 위해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노동조합 측에 따르면 코오롱제약은 영업 사원을 대상으로 개별적으로 전화, 메신저 등을 통해 가입하지 말 것을 종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노조는 회사 측이 사내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노조가 회사를 말아먹는다, 노조에 가입하면 관리자가 될 수 없다, 지급 순위에 누락된다, 피해가 있을 것이다” 등의 비방 글들을 실시간 게재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는 탄압 등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교묘한 말로써 조합원들 간 이간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또 사측의 노조가입은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주장하며, 심지어 직원들에게 연락해 노조 가입시 승진이 어렵다는 식으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코오롱제약 이우석 대표.

코오롱제약의 불안한 성장?


코오롱제약은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제약 2개 법인을 경영하는 1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원활한 지원이 이뤄진다면, 브랜드 R&D, M&A 등을 추구하겠지만 분산 경영으로 운영되다보니, 유독 타 제약 회사와는 달리 투자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상장사지만 코오롱제약은 비상장회사다. 코오롱제약이 다른 회사보다 관심이 덜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코오롱제약이 판매하는 의약품은 매번 품절 사태로 원활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제약의 매출 규모를 살펴보면 1000억 원으로 기록됐지만, 반면 의약품 생산규모는 약 500억 원 수준에 미친다.


이에 코오롱제약의 영업 직원들의 영업활동은 어려워진 상황이며, 그룹 내 지원도 원활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 지부장은 “약이 제때 공급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보니 업계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힘들다”며 “사측에 공장 증설도 요청했지만 나아진 것은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민주제약노조 코오롱 제약지부는 지난 달 23일 회사 측으로부터 대표 교섭단체로서 정식 인정받고 단체 교섭 일정을 조율 중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단체교섭을 추진해 왔지만 회사 측은 교섭위원 선정 및 구성 등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차일피일 시기를 늦추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본지>는 사측 입장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담당자 이메일로 질의서를 보내면 답변을 드리겠다”는 무성의한 대응을 끝으로 그 어떤 해명도 하지 않았다.


이번 코오롱제약 노동조합의 출범으로 노사 상생의 계기가 만들어질 지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제공=코오롱제약 홈페이지, 네이버 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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