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국민 패싱’ MB 성명…“결국 짙어진 朴 그림자”
[기자의 눈]‘국민 패싱’ MB 성명…“결국 짙어진 朴 그림자”
  • 김영식 기자
  • 승인 2018.01.18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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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 각종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문을 직접 발표했다.
지난 1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 각종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문을 직접 발표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질문과 답변. 그리고 인지상정(人之常情)이란 말로 대표되는 국민 공감. 지극히 단순하지만 복잡하고, 정감 넘치면서도 극도로 공포스런 이 세 단어를 간과한 지난 국가의 최고 존엄의 오만과 독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MB, “현재 검찰 수사는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정치보복”

지난 17일 발표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른바 ‘서재 성명’의 골자는 “적폐청산이란 미명 하에 이뤄지고 있는 현재 검찰의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정치보복”이며 “대통령 재임 시절 함께 한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고 나에게 모든 책임을 물으라”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의 성명 발표 이후 보수와 진보, 양측 진영의 반응은 예상대로 극명히 엇갈렸다. 하지만 이는 각자의 이념을 앞세워 논쟁만을 위한 논쟁거리로 전락시켜선 안 될 듯 싶다.

이미 대한민국 국민들이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은 일개 국회의원이나 언론을 뛰어넘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원고를 수정해 자신의 입을 통해 발표한 이번 서재 성명의 최대 문제점은 ‘국민 공감 획득 실패’로 압축·요약될 듯 싶다.

이미 십수년 간 압도적 다수의 국민들은 이 전 대통령에게 다양하고도 줄기차게 수많은 질문들을 던져왔다.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의 신분으로 이에 대한 답변을 하는 게 당연한 순서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국민을 대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 자리에서 할 말은 아니다’ ‘그걸 왜 나에게 묻냐’는 등등 선뜻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자연스레 언론에선 이 같은 전직 대통령의 태도에 대해 ‘책임 회피’란 단어로 표현했다.

종편에 출연한 한 보수 패널이 최근 “국가 대통령으로서 일일이 대꾸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란 발언을 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당시 프로그램에서 다뤄진 사안은 ‘국정원·기무사 등을 활용한 MB 청와대의 사찰 의혹’이었다.

되풀이된 입장 표명…자신 향한 의혹 해명 전무(全無)

물론, 전직 국가 원수로서의 예우는 존중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이란 국가에서 국민, 그보다 더 위의 인격체란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하려 한다면 그것을 두고 우리는 ‘독재자’라 부른다.

이른바 ‘명박산성’으로 대표되는 국민 불통과 BBK 문제로부터 확산된 국정개입 의혹 등 지난 십수년 간 다수의 국민들은 이 전 대통령을 향한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압도적 다수의 국민들은 이 전 대통령의 엄중한 자아 성찰에 따른 답변, 그로 인한 자신의 억울함을 구체적이고 명확히 반박하는 장면을 꿈꿨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와 자원외교, 제2롯데월드 등을 직접 거론, 자신의 집권 시절 수행한 각종 사업에 권력형 비리는 없다고 못박았다. 단 한 단락조차 근거 제시는 없었다.

결국 정치적 논쟁거리로 전락한 ‘정치보복과 역사 뒤집기’란 현 정권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만 높였을 뿐이다. 이런 술자리 안주감에 불과한 정치적 발언만으론 국민 다수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이 전 대통령 발언에 반대되는 이미 그 수조차 헤아릴 수도 없는 각종 의혹의 정황들은 차고도 넘친다.

이미 국민 의견이 크게 엇갈린 ‘정치보복이나 한풀이 수사’ 등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발언을 처음부터 쏟아낼 작정이었다면 최소한 진정성을 담은 대국민 사과부터 했어야 옳았다.

사과 없는 일방통행식 성명…국민 공감 ‘의구심’

국가 원수로서 존중받아야 하는 딱 그만큼 무한 책임이란 측면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게 바로 대통령 ‘직’이다. 사안이 어떻든 국론을 분열시킨 이 전 대통령의 그간 행보에 국민 실망감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이 전 대통령의 성명 전문 어디에서도 국민을 향한 진정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가장 첫 단락에서 ‘매우 송구스럽고 참담스러운’ 자신의 심정만을 밝혔을 뿐이다.

‘서재 성명’ 발표 이후 수많은 언론에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이른바 ‘골목 성명’과의 유사함을 짚어내고 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 발언과도 유사하다고들 한다.

심지어 성명 발표 이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점 역시 ‘박근혜 실루엣’의 근거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이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정치보복에 따른 표적수사’란 논리를 앞세운 것에 따른 해석으로 보인다. 전 전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 모두 국민 공감에 크게 떨어지는 정치보복 등을 쟁점화 하려다 국민 단죄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되레 다수의 국민 정서를 더욱 크고 아프게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결국 ‘정치보복’이란 한 단어에 담았다는 것이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을 향한 국민적 향수나 지지는 여전히 뜨거운 상태다. 이념적 프레임을 벗어나 노 전 대통령의 소탈함 등 인간미에 이끌린 시민 자발적 힘이 그 원동력이란 평가는 이어진 지 오래다.

이 같은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은 결국 현 문재인 정부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란 의견이 나옴과 동시에 이 전 대통령 스스로 주장한 ‘국민 통합’에도 반대되는 것임은 분명하다.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 그리고 인지상정에 근거한 사과를 통한 화해 등을 요구한 국민 에 치명적 우를 범한 이 전 대통령의 이번 ‘서재 성명’에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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