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ICBM급 비밀병기…‘보수적통경쟁’ 카드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안철수가 돌아왔다. 지난 19대 대선패배와 ‘문준용 제보조작 파문’의 책임론에 따른 2선 후퇴를 국민의당 당대표 출마로 뚫어내더니, 바른미래당 통합완성을 위해 내건 백의종군은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의 등판으로 해제했다. 18대 대선 중도하차 후 여정까지 감안하면 안철수 위원장은 수차례 죽음과 부활을 반복한 셈이다.


정치권에선 여러 번 대권도전에서 좌초하고도 무수한 당적이동을 통해 6선으로 살아남은 이인제 의원을 피닉스(Phoenix. 불사조)에 빗대 피닉제로 부르고 있는데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이제 안철수를 피닉수로 불러도 되지 않겠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엔 그 간격이 매우 짧다. 심지어 당초 국민의당 출신 중재파들의 합류조건으로 2선 후퇴를 받아들였던 안 위원장이 아이러니 하게도 중재파의 1인이던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의 러브콜까지 받아가며 인재영입위원장에 위촉됐다. 바른미래당이 기대만큼 통합효과를 노리지 못하고 지지율 정체를 겪고 있는 데 따른 위기론이 그 배경으로 풀이되고 있다.


6·13 지방선거가 성큼 다가옴에 따라 바른미래당은 안 위원장 본인의 서울시장출마까지 독려하며 당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안 위원장도 스스로의 활로를 여기서 틔워야 하는 입장이다. 안 위원장이 차기 대선을 노린다면 그 기반을 닦을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스페셜경제>는 안 위원장이 준비한 무기들을 진단 해봤다.


인재영입위원장 5G급 복귀 지방선거 왜 ‘安’인가?


보수로 재탄생한 安…‘보수적통경쟁’ 선제타격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당 지도부에 의해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영입됐다.


오는 6·13 지방선거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바른미래당의 지지율 답보상태를 타계할 용병 영입이 필요했던 셈이다. <리얼미터>의 3월 3주차 주중동향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의 정당지지율은 5.9%다. 바른미래당이 경쟁상대로 꼽는 민주당(53.8%)과 한국당(21.1%)와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자세한 사항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다만, 그 용병의 포지션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한 데 대해선 유승민 공동대표는 “의향을 물어보니 본인(안 위원장)이 인재영입위원장을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얘기했다”고 했고, 안 위원장은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에 답한 것”이라고 하는 등 책임 떠밀기가 한 차례 진행됐다.


그만큼 지방선거 국면에서 핵심 직책이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안 위원장 입장에서는 삼고초려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잦은 백의종군 번복으로 입을 수 있는 이미지 타격을 최소화 해야 할 뿐더러 인재영입위원장은 인재영입을 통해 자신의 계파 인물들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방선거 이후 비판 대상이 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안 위원장을 끌어줌으로써 해소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안 위원장은 유 대표와 박주선 공동대표 등의 설득을 한참 기다렸다 수락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아울러, 유 대표의 말처럼 안 위원장이 직접 인재영입위원장 직을 택했을 경우, 차기 대권을 위한 교두보로 당권장악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전술로 활용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의 전략?


안 위원장이 차기 대권과, 당권장악을 노린다면 지방선거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안 위원장의 전략은 무엇일까.


우선 안 위원장은 거대양당과의 차별화를 통한 중도정당의 입지 강화를 노리는 모양새다. 그는 18일 취임기자간담회에서 “간단하게 깨끗한 인재,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겠다”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비해 더 엄격한 기준으로 인재를 영입할 것이다. 클린서약까지 받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클린서약은 미투 운동이나 병역·납세 등 도덕성 검증과 관련한 사전검증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최근 안희정·박수현·민병두·정봉주 등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파문의 진앙지가 되고 있는 여당 민주당이나, 친박계 의원들의 잇단 뇌물수수혐의 검찰조사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연이은 수감·구속 등으로 이미지 손실을 크게 입은 제1야당 한국당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아울러 안 위원장은 20일 자신의 1호 영입인사로 송도비리 의혹을 제기한 정대유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을 영입하면서 이러한 구상을 본격화 했다.


안 위원장은 “정 전 차장은 1조원대 초대형 토착 비리 사건인 인천송도 비리 의혹을 제기한 공익신고자”라고 소개한 뒤 “이 사건에는 전현직 인천시장을 배출한 민주당과 한국당 두 당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을 ‘비리’ 이미지로 엮는 동시에 바른미래당은 ‘깨끗한 정당’으로 차별화 시키는 효과를 노린 셈이다.


정 전 차장도 “현재 지방정부가 지닌 부패의 사슬은 결국 현재 기득권 거대 양당이 그 배경”이라며 “양당의 기득권 담합 구조를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바른정당 보수적통경쟁 계승?


22일 ‘2호 인재영입’ 인사로는 양창호 전 서울시의원, 박용순 현 구로구의회의장 등 자유한국당 전혁직 지방의원 7인을 포함한 786명의 당원을 입당시켰다.


안 위원장은 이들의 소개를 “한국당 소속으로 정치를 하시면서 곰팡내 나는 한국당의 구태에 절망해 탈당한 분들”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과거 바른정당이 한국당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던 ‘보수적통경쟁’에 나서겠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안 위원장은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국면에서 유 대표와 함께한 통합선언문에 국민의당의 속성을 합리적 진보가 아니 합리적 중도로 표현하는 등 보수진영에 가깝게 재편됐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실제로 최근 바른미래당의 논평은 안보·일자리 문제 등 각종 현안에서 한국당과 6할 가량 비슷한 기조를 나타낸다는 일부 언론보도들도 있었다.


안 위원장은 전일(21일)에도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6·13 지방선거 승리로 우리가 대표야당이 되면 아직도 부패정권 10년 몽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당은 이슬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한국당을 제치고 제1야당으로 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보수와 진보로 명확히 나뉜 국내 정치상황을 고려할 때 진보진영인 여당과 각을 세우기 위해선 사실상 보수진영의 지지를 얻어야 하고, 이 때문에 보수적통경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기반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같은 안 위원장의 한국당 때리기는 안 위원장이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다는 점과 연관 지어 해석되기도 한다. 현 정권의 계승자 혹은 대항마가 되는 것이 정석적인 대선필승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한편, 안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는 일단 민주당과 한국당을 자극하는 데는 성공한 모양새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탈당한 사람들 이삭줍기해서 언제 ‘바른미래’가 만들어지겠는가. 인재 영입 1호라는 정대유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이 공익신고자인지는 아리송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한국당은 안 위원장의 곰팡내 발언을 맞받아 “한국당에서는 ‘곰팡내’가 나 뒤로 빼놨던 분들만 골라서 분리수거해 주시니, 곰팡내가 없어져서 고맙기는 한데, 바른미래당에 곰팡내가 날까 미안하기도 하고 염려가 될 뿐”이라고 비꽜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이 같은 반응은 안 위원장의 행보가 견제를 할 만큼 효율적인 전략이라는 방증일 수 있다. 다만, 안 위원장이 대권까지 바라보는 전략을 수립한다면 민주당과 한국당을 향한 명분경쟁용 인재영입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2020년 총선을 넘어 차기 대선 정국에서도 활약할 인물들의 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금은 사라진 당, 국민의당 영입 1호를 기억하는가? 이준서, 이유미씨”라며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의 취업특혜 제보조작 논란을 상기시키며 질타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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