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미투 비하 논란'의 중심에 선 하일지(사진) 동덕여대 교수가 사과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힌 한편, 교수직도 내려놓겠다고 말해 대학가 후폭풍이 확대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미투 비하 논란’의 한 가운데 선 하일지 동덕여대 교수가 ‘소신을 지키겠다’는 이유로 사과를 거부한 데 이어 교수직까지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하 교수 결정과는 별개로 성추행 의혹 등 사안 조사를 지속할 방침이다.


‘미투 비하 논란’ 하일지 교수직 사퇴 의사


하 교수는 19일 오후 2시 동덕여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부터 강단을 떠나 작가의 길로 되돌아갈 것으로 결심했다”며 “제가 지켜야 할 것은 저만의 소신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 교수는 “최근 저는 느닷없는 봉변을 당했다”면서 “미투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무례하고도 비이성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하 교수는 자신을 둘러싼 성추행 의혹이나 발언 논란 등에 대해 사과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학생 사과나 발언 철회 의사가 없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하 교수는 “어쩌면 여러분(학생)이 부끄러운 것을 감추기 위해 내 사과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이것은 정직하지 못하고 비지성적인 일”이라고 했다.


기자회견 내내 학생 야유가 이어졌고, 결국 하 교수가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 책임을 학생 측에 돌린 것으로 보인다.


하 교수의 ‘미투 비하 논란’은 지난 14일 강의 도중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고소한 김지은 씨를 언급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하 교수는 “피해자(김씨)가 알고보니 이혼녀”라며 “이혼녀는 좀 다르다. 그 여성도 분명히 욕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과 없는’ 기자회견…학생 넘어 국민 공분 이어지나?


또 “처녀는 통상 성관계를 할 때 심리적으로 두렵거나 낯설거나 해 거부하는 성향이 있다”며 “그런데 이혼녀는 처녀와 성적으로 받아들이거나 하는 게 다르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진 뒤 ‘미투 비하’와 ‘피해자 2차 가해’란 여론 공분이 들끓자 하 교수는 “흑백논리에 빠져 글을 쓰지 말란 취지에서 예를 든 것”이라며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15일엔 하 교수의 제자 성추행 의혹마저 불거졌다.


이날 동덕여대 한 커뮤니티에는 “성추행은 평소처럼 식사와 반주를 하고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서 발생했다”면서 “갑자기 하 교수가 내 한쪽 팔을 자신 쪽으로 끌어 입을 맞췄다”는 내용의 폭로 글이 게재됐다.


아울러 글쓴이는 하 교수가 “만나왔던 여러 여자 중 다른 방면에선 잘 맞았지만 속궁합이 맞지 않았던 경우도 더러 있었다”, “너와는 속궁합이 맞을 수도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해 수치심이 느껴졌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 교수의 이날 기자회견 이후 학생들의 분노감은 되레 더 높아진 양상이다. 현재 온라인 상에는 하 교수 비난의 글들이 어렵지 않게 발견되고 있으며, ‘사과’ 없는 회견에 동덕여대 학생들의 허탈감도 포착되고 있다.


한편, 동덕여대는 하 교수의 사직과는 별개로 해당 사안에 대한 진상 조사를 계속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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