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부 김진호.


[스페셜경제=이강안 대표]고향인 강원도 정선으로 귀농해 젊은이들에게 농업과 농촌도 괜찮은 선택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24살의 청년농부 김진호 농장지기의 귀농스토리를 소개한다.


영동고속도로 진부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59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강원도 정선 방향으로 오대천 물 길 따라 펼쳐지는 단풍을 즐길 수 있다. 그렇게 달리다가 정선고교 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33.9km를 더 가면 조동리 산골마을이 나온다.


진부인터체인지.


농장가는길.


해발 500m의 쇄재터널을 지나 421번 지방도를 따라 강원도 산골의 꼬불꼬불한 길을 천천히 오르면 어느덧 아리랑과 가락이 흐르는 신동읍 조동8리 마을이 나온다. 그곳에서 24살 청년농부 김진호 농장지기를 만났다.


조동8리 마을표지.


청년농부 김진호 농장지기는 강원 정선에서 3대째 농사를 짓고 있는 집안에서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나 5살 때부터 고추를 하나 두개씩 따기 시작했고 초등학교 때부터는 부모님을 밭으로 쫒아 다니며 농사일을 도와 마을에서는 ‘초등학생 농부’라고 불렸다.


성장하면서 무엇이든지 만들기를 좋아하고 손재주가 많아 가구디자이너가 되기로 목표를 정했고 디자이너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교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에 진학해서 대학 1학년부터 가구 제작 사업을 시작했다.


군복무 중에도 가구디자인 공부는 계속했고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한 후 부모님의 농사일을 틈틈이 도우며 가구 제작 사업은 계속했지만 수익성 악화로 가구사업을 접고 지난 2016년 3월말부터 귀농하여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산골짜기 농장전경.
산골짜기 농장전경.
산골짜기 농장전경.


가구디자이너가 꿈이었던 24살 귀농 청년


강원도 정선 신동읍에 있는 함백초등학교, 함백중학교, 함백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창고를 직접 짓고 책상도 만들어서 사용할 정도로 새로운 것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한국교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에 진학한 이후 대학교 1학년 때 수업 과제로 만든 식탁을 여자 친구에게 선물했는데 그 식탁을 보는 사람마다 만들어 달라고 엄청 졸라댔다.


무수한 실패 끝에 대학 1학년 말 쯤에는 실제로 판매가 가능한 가구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고 당시에는 가구를 만들어 돈을 벌고자 한 게 아니고 가구를 팔아서 만든 돈으로 다시 나무를 구매해서 또 다른 가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뿐이었다.


육군 11사단 화랑부대에서 대형차량 운전병으로 복무하다 병장으로 만기 전역한 이후 가구사업과 농사일을 계속 병행하다가 고향인 강원 정선으로 귀농해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폭군 멧돼지로부터 농장 옥수수 지키기


강원도 정선 산골짜기 농장에서 옥수수 농사를 1만평 정도 지으며 가장 힘든 일은 부족한 일손도 혹독한 추위도 아닌 야간에 밤잠을 설치며 폭군 멧돼지로부터 땀흘려 키운 옥수수를 지켜내는 일이었다.


멧돼지 개체수가 너무나도 많아 큰 송아지만한 멧돼지가 하루에 3~4마리씩 옥수수 농장에 침입해 하룻밤 사이에 엄청난 양의 옥수수를 먹어 치우고 운동장 하나 면적의 농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멧돼지가 쑥대밭으로 만단 옥수수농장.
멧돼지가 쑥대밭으로 만단 옥수수농장.


멧돼지의 농장 습격을 막기 위해 울타리 망과 야간 보초병 깜빡이 점멸등까지 설치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어서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다. 결국 옥수수를 지키고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엽총 수렵면허를 취득하고 멧돼지와의 전쟁에 나섰다.


올해 여름에는 옥수수 농장에 텐트를 치고 늦은 밤까지 폭군 멧돼지로부터 옥수수 지키기에 나서 5마리의 멧돼지를 엽총으로 잡았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신기하게도 멧돼지가 한번 죽은 옥수수 밭에는 다른 멧돼지가 들어오지 않았다.


농장에서 포획한 멧돼지.


강원도 산골짜기 농기계 개량전문가


강원도 정선의 산골짜기에 자리 잡은 5만평이 넘는 농장에서 연작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매년 농작물의 재배면적과 위치를 바꿔가면서 농사를 짓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콩 13500평과 옥수수 10000평, 인진쑥 8000평, 고추 6000평, 팥 5000평, 수수 3000평, 육모초 3000평, 황기 2000평, 들깨 1000평, 율무 1000평, 마늘 300평의 농사를 지어내는데 성공했다.


돌이 많고 경사가 심한 척박한 산골짜기 농장에서는 경운기와 관리기 같은 기존 농기계는 쉽게 뒤집히고 망가져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농기계를 개조하거나 개량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돌이 많은 농장.


옥수수 파종기와 인진쑥 이식기는 직접 제작했고, 예초기를 개조하여 콩 꺽는 기계로, 콩 타작기를 개조하여 들깨 타작기로 사용하며 낮에는 농업용 굴삭기로 밭을 갈고 밤에는 굴삭기를 수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농기계 개조ㆍ개량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밭갈이하는 농업용 굴삭기
개량한 농기계.


옥수수 수확적기는 단지 3일뿐


옥수수는 대략 파종후 90일 정도에 수확을 한다고 하지만 옥수수 재배는 날씨의 영향을 정말 크게 받았다. 한 여름에는 파종후 83일이면 옥수수를 수확할 때가 되고, 가을에는 130일이 되어서야 옥수수를 수확하기도 한다.


수수농장.
수수농장.
수수농장.


또한 옥수수 밭마다 일조량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하루 한날에 같이 옥수수를 심더라도 수확일이 2주 이상 차이가 나기도해서 옥수수의 정확한 수확예정일을 예측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옥수수는 수확일이 하루만 차이가나도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옥수수의 정확한 수확예정일 예측이 어렵다는 것은 곧바로 옥수수 직거래 판매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옥수수.
옥수수.
옥수수.
옥수수.


한 여름 옥수수의 경우 옥수수를 수확할 수 있는 기간, 수확 적기가 단지 3일뿐이다. 수확 적기 첫날에는 부드러운 옥수수가 둘째 날에는 먹기 딱 좋은 옥수수가 셋째 날에는 단단하게 여문 옥수수가 수확된다.


단단하게 여문 옥수수를 좋아하는 고객에게는 부드러운 옥수수를 택배로 보내드리거나 부드러운 옥수수를 좋아하시는 소비자에게는 단단하게 여문 옥수수를 보내드리면 굉장히 화를 낸다고 한다.


한 여름 옥수수의 수확 적기가 단지 3일뿐이어서 옥수수의 직거래 판매는 굉장히 힘이 든다. 옥수수 수확이 하루만 늦어도 싫어하는 분들이 있고, 하루만 빨라도 싫어하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옥수수 수확은 정말 어렵다.


농산물 직거래 밴드판매 전문가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로 직거래 판매를 하면 좋을 것 같아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 ‘농사꾼양반’을 상호로 농산물 직거래 판매를 시작했다.


처음 찰옥수수를 직거래 판매하기로 계획하고 하루에 2~3시간을 자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이것저것 공부하여 수많은 문제점과 부딪히면서 2016년도 찰옥수수를 완판해 직거래 첫해에 2,1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택배회사 선별부터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택배발송 노하우를 배웠고 비오는 날 수확한 옥수수가 맛있다는 것도 체험하며 지금은 ‘농사꾼양반’과 찰옥수수 직거래 시 소비자들이 12시간 이내로 수확한 옥수수를 받아 볼 수 있다.


2017년에는 정선군 농업기술센터의 농촌마케팅전문가 육성과정을 마치면서 SNS 마케팅을 좀더 체계적으로 공부했고 재배하는 농작물의 90%정도를 약 300명의 멤버로 구성된 ‘농사꾼양반’ 밴드에서 완판하고 블로그와 페이스북에서 나머지 10%를 판매했다.


농업과 농촌도 괜찮은 선택


농장에서 재배하는 옥수수를 수확하고 남은 옥수수섶과 콩을 수확하고 남은 콩깍지를 아침 저녁으로 소먹이로 주면 값비싼 사료를 구입하지 않고도 자급자족으로 소를 키우는 목장 운영이 가능하다.


목장.
목장.
목장.
목장.


규모가 작은 목장이라도 새끼 2번 생산 후 암소를 비육우로 팔면서 자급자족으로 암소 9마리만 유지하면 그것만으로도 연매출 3000만원이 가능한 수익 쏠쏠한 목장이된다.


농업과 농사가 때로는 힘이 들기도 하고 농사에는 많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한 어려움도 있지만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하고싶은대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자유로운 직업이다.


100세가 되도 사표 내라는 소리 듣지 않고 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직업이 농부 말고 또 있겠는가? 좌우명이 ‘안되는 건 없다’이다. 젊은이들에게 농업과 농촌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외치고 싶다고 청년농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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