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 회장, 마지막 경고 “조치 취해라”


메리 바라 GM그룹 CEO.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제너럴모터스(GM)의 최고경영자(CEO)인 메리 바라 회장의 발언이 한국GM을 흔들고 있다. 바라 회장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한국GM에 대해 “독자생존이 가능한 사업체를 갖기 위해 앞으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시장에서 GM이 철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바라 회장의 발언은 시장의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바로 이익이 남지 않는 시장에서의 존재 이유가 없다는 것.


그동안 바라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비춰보면 당장이라도 한국 시장에서의 철수가 이상하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GM에게 한국 시장은 그동안 높은 인건비와 낮은 생산성으로 계륵(鷄肋)같은 존재로 여겨졌다. 최근 3년간 2조 이상의 영업손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바라 회장의 발언으로 또 다시 한국시장 철수설의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GM 사태를 <스페셜경제>가 살펴봤다.


지난 6일(현지시간)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바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컨퍼런스콜에서 한국GM에 대해 “우리는 독자생존 가능한 사업을 위해 조치를 해야 한다”고 현상황을 지적했다.


베라 회장의 발언은 충격적이었다. GM의 최고경영진이 한국GM에 대해 구조조정 가능성을 내비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다시 위기에 몰린 한국GM


바라 회장의 발언은 고스란히 한국GM에 꽂혔다. 내수와 수출 감소로 인해 3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는 한국GM에 대한 글로벌 GM의 평가였기에 더욱 주목됐다.


바라 회장은 “아직 어떤 조치를 단행할지는 언급할 수 없지만, 현재의 비용 구조로는 사업을 이어가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며 “한국에서 담당자들이 노조 등과 협의를 거쳐 구조조정 또는 경영합리화를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바라 회장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GM에 대한 구조조정과 나아가 한국시장에 대한 철수를 의미하는 것이다. 바라 회장은 또 “경영합리화나 구조조정 등의 조치가 취해질 텐데 아직 말하긴 이르다”고 덧붙였다.


GM CEO “이익 못 내면 파산”…외신, 철수 가능성에 무게


꺼지지 않는 철수설 <왜>…한국 GM “수익성, 정상화 노력”


이 같은 발언에 외신은 부채질 했다. 블룸버그는 “GM이 올해 한국시장에서 (outright exit)할 가능성이 있다”는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옮기면서 한국GM 철수설의 강도를 높였다.


블룸버그는 “GM이 미국 밖에서 이윤이 안보이면 떠나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며 “다음은 한국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라 “수익성 못 내면 떠나라”


지난 2014년 1월 GM의 첫 여성 CEO로 취임한 베라 회장이 경영철학의 첫 번째 덕목은 ‘수익성’이다.


GM은 지난 2013년부터 유럽 사업 철수, 호주와 인도네시아 공장 철수, 태국과 러시아 생산 중단 및 축소, 계열사 매각, 인도 내수 시장 철수 등 적자 또는 사업 차질을 빚고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발 빠르게 철수를 선언했다.


이같이 바라 회장의 경영스타일과 발언을 종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 철수 대상 1순위는 ‘한국’이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한국GM은 최근 3년간 약 2조원 가까운 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해에도 약 6000억원 정도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경영 악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또한 지난해 판매량도 52만4547대로 전년 대비 12.2%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내수 판매(13만2377대) 감소율이 26.6%로 컸고, 수출(39만2170대)도 5.9% 줄었다.


하지만 한국GM은 바라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이 잘못 이해된 측면이 있다며 부인했다. 한국GM 관계자는 “CEO 발언은 비용구조 개선과 경영 합리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며 “완전 철수 예상은 애널리스트의 분석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치적 의도 깔려 있나(?)


일각에서는 메리 바라 회장의 이번 발언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바로 ‘공적 자금’ 요청을 우회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실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GM에 대해 한국정부가 공적 자금을 지원하라는 일종의 압박 카드로 ‘철수설’을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GM 생산 공장.

업계에서는 GM본사가 한국GM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산업은행 등에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요청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GM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경우 공장이 위치해 있는 인천과 군산 등 지역사회는 물론 한국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GM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GM본사가 76.96%를 보유하고 있으며, 산업은행이 17.02%, 중국의 상하이자동차가 6.02%를 보유하고 있다.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이뤄질 경우 산업은행은 5000억원 가까운 돈을 투입해야 한다.


‘3조 규모’ 유상증자 “없다”(?)


하지만 한국GM과 정부 역시 유상증자 논란에 대해서는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한국GM측은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요청한 바 없으며, 정부 역시 이러한 규모의 유상증자에 대해 제안 받은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철수’ 놓고 한국 정부 압박…3조원 규모 유상증자 요청(?)


최근 4년간 적자만 2.5조원…선거 앞두고 민심 자극 의도


현재 한국GM측은 2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노조 등과 함께 구조조정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8일 산업통상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3조원 유상증자 참여와 관련해 구체적 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꺼지지 않는 ‘철수설’ 모락모락


한국GM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GM의 한국시장 철수설은 끊이질 않고 제기되고 있다. 한국GM은 지난 4년간 적자 규모만 2조5000억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적자 규모가 늘어나면서 철수설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이러한 경영실적 악화에 더해 지난 2002년 당시 대우자동차 인수 때 약속했던 15년간 경영권 유지 기한이 끝나면서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언제든지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실적발표와 노조파업 등이 소식이 전해지면 자연스럽게 철수설로 연결되어 진다.


경영권 유지 약속이 종료된 지난해 말에는 신임 카허 카젬 사장은 노조 등과 활발한 대화를 통해 한국GM 사업장의 중요성과 지속적 투자 계획 등을 강조하면서 철수설이 일시 줄어들게 했지만 철수설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선 한국GM이 철수한다면 직접 고용 1만6000명을 포함해 협력 업체 직원 3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천과 군산 등 지역의 정치권에서도 한국GM의 철수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 등을 압박하는 모양새도 비치고 있다.


'한국GM' 회생 방안 나올까


글로벌 GM의 해외사업부문 배리 앵글 사장이 지난해 말 산업은행과 산업통상부 등의 관계자와 만나 다양한 의견을 전달한데 이어 다시 한국을 찾으면서 정부의 지원설에 관한 기대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앞서 2010년 GM은 한국GM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약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고, 당시에도 산업은행에 참여를 요청했지만 결국 거절당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GM의 사상 최고의 경영 악화 상황에 있는 것을 부인 할 수는 없다”며 “생존이든 철수든 어떤 선택을 할 지 알 수 없지만 GM역시 한국GM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GM이 한국GM을 살리기 위한 노력에 일단 힘을 쏟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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