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업계 VS 조선업계 “극명한 명암”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을 앞두고 업계 간 실적을 둘러싼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불황의 긴 터널을 걷고 있는 조선업계는 우울한 연휴를 보낼 전망이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지난해 회사 실적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성과급’ 지급을 두고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업종 간 크게 엇갈린 지급 양상에 민족 최대의 명절 설 연휴 풍경에 큰 변동이 감지된다.


업종별 성과급 액수에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한 쪽에선 연봉의 절반 수준에 달할 만큼 막대한 성과급을 손에 쥘 것으로 보인 반면, 또 다른 한 켠에선 성과급은커녕 연봉 삭감의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 연휴에 임박해 각 회사들이 귀성비나 선물 등으로 직원 사기 진작에 힘을 쏟고 있지만 업종별 크게 차이나는 성과급 수준에 직장인들의 고향 내려가는 발걸음의 무게 역시 달라질 전망이다.


사상 최고의 실적 수준을 기록한 반도체·정유·화학업체 직원들은 자신 연봉의 절반에 달하는 성과급을 명절 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자동차·조선 등 현재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 압박을 받는 업종 직원들은 그렇지 못해 업종별 ‘성과급’ 지급을 둘러싸고 이들 간 ‘빈익빈 부익부’ 양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천만 원 목돈…반도체업계, 즐거운 비명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우울한 빈손’ 조선업


이른바 ‘성과급 잔치’를 벌일 곳은 먼저 반도체 업계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역대 두 번째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반도체 관련 부서 직원들은 자신 연봉의 5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받았다. SK하이닉스 직원 역시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손에 쥘 전망이다.


삼성전자 등 연봉 절반 수준 ‘성과급’ 지급


평균 연봉이 6000만 원이라면 3000만 원이란 목돈을 한 번에 받게 되는 셈이다.


이어 정유·화학업계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GS칼텍스는 직원 연봉의 47.5% 수준의 성과급을 설 이전 지급할 방침이며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도 연봉 절반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년 연속 3조 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정유업계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호실적에 성과급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의 경우 지난해 1100%를 지급한 데 이어 올해 성과급은 그 이상이 될 전망이다.


원유를 원료로 쓰는 화학업계 직원들 역시 성과급 지급일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유례 없는 최대 실적을 기록한 LG화학을 비롯해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 업체들은 기본급의 500~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토탈 직원들은 이미 연봉의 50%(기본급 1000%)를 성과급으로 받은 상태다.


이들 업종보단 덜하지만 일부 증권사와 항공업체에서도 성과급을 포함한 귀성비 등 설 명절 분위기를 만끽할 만한 처우 개선이 이뤄져 주목받고 있다.


우선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8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한 데 힘입어 최근 20%대 성과급을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현대증권은 올해 설 명절 귀성비 명목으로 임직원에게 50만 원~60만 원 수준을 지급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해 대비 약 20만 원가량 올린 금액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2배 수준인 60만 원의 설 귀성비를 올해 임직원들에게 일괄 지급키로 결정했다.


항공업체 가운데 제주항공은 지난해 저비용항공사 중 최초로 영업이익이 1000억 원을 돌파, 임직원 직급별로 400만 원~900만 원대 성과급을 각각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중공업 등, 성과급은 남의 말…임금 반납까지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 정유화학업계는 즐거운 설 명절을 맞을 전망이다.

이에 반해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자동차와 조선 등의 업종에선 성과급이 크게 축소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미국 등 주력시장에서 판매 부진에 빠지며 지난해 대비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기본급 350%와 정액 330만 원 지급에서 올해 기본급 300%와 28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사상 최악의 일감부족 사태에 처한 조선업은 상황이 더욱 안 좋다. 성과급이란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지난해 12월 향후 2년치 임금 동결 및 성과급 미지급 내용을 포함한 잠정 합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삼성중공업도 성과급은 고사하고 전직원이 임금 일부를 반납해야 할 처지다.


이렇듯 같은 대기업에 다니는 처지라도 업종별 엇갈린 실적에 성과급 양상이 크게 달라지며 이들 간 ‘빈익빈 부익부’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종별 내부에선 지난해 주요기업들의 실적을 크게 뒤흔든 중요 요소로 ▲구조조정 속도 ▲중국발 리스크 확대 ▲노사 간 갈등 관계 등을 꼽고 있다.


먼저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 중인 국내 조선업계는 기업 경영정상화란 당초 구호가 무색할 만큼 속도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오는 6월로 예정된 전국 동시 지방선거로 인한 복잡한 정치적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드 보복’으로 대표된 중국발 리스크 확대도 우리 기업들의 사업 전개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특히 유통·화장품업계의 타격이 매우 컸다.


중국 수출 확대를 꾀한 화장품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지난 한 해 큰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2% 추락, 결국 올해 성과급 지급은 없던 일로 됐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노사 간 원만한 관계 정립에 실패하며 큰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현대차는 장기간 노조 파업에 따라 약 1조6000억 원대 수준의 손실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연초부터 ‘성과급’을 둘러싼 업종별 분위기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돌아올 내년 설엔 ‘부익부 빈익빈’이란 직장인들의 자조 섞인 말들이 크게 회자되지 않게 되길 기원해본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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