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선 사람이 두 귀를 틀어막고 절규하는 모습이지만 시는 은행나무를 내세워 절규하는 모습을 담아내지 않고, 오히려 가해자가 피해자를 가볍게 무시하는 그런 인상으로 다가온다. 이 시가 가진 고유한 매력일 테다.심문/신미나인부들이 커다란 은행나무 가지를톱으로 잘라낸다왜 자르는 쪽이소리가 더 큰가 “필사는 느린 꿈꾸기이고, 나를 돌아보는 성찰이며, 행복한 몽상의 계기를 준다. (중략) 작가의 글을 필사하고, 그것을 읽고 또 읽으며 여러 계절을 흘려보내는 것은 좋은 문장을 쓰는 훈련이다.” (장석주, 《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맛을 안다
박수근의 느릅나무는 고단한 생계를 고민하는 두 여인과 가깝게 둥지를 트고 있다. 반면에 유승도의 느릅나무는 꽁지를 하늘로 올린 새 한 마리와 함께 “하늘의 유리창”을 닦는데, 이런 행위는 세심(洗心)으로 이어진다. 즉 마음공부란 거다.허공/유승도내 팔뚝만한 새 한 마리느릅나무 가지에 앉아 머리보다 높게 꽁지를 하늘로 올리고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쓱쓱 천천히 부채 모양을 그리며하늘의 유리창을 닦더니돌연 날아가면 어떡하냐나목(裸木) 아래로 젊은 아낙이 아이를 업고 섰다. 그의 눈은 짐을 머리에 인 채 장으로 나가는 여인 쪽
유명한 국내 시인이 쓴 시와 유명했던 서양화가가 생전에 아끼고 사랑한 뜰(마당·정원)에는 수많은 나무가 등장하고 꽃들이 활짝 펴서 웃고 있습니다. 그것들을 이제부터 ‘심상훈의 오후 시愛뜰’이란 제목을 달아서 소개하고자 합니다.시애틀은 미국 북서부 최대 도시의 이름이고, 시애뜰은 말 그대로 ‘시가 사랑한 뜰’을 줄임말로 한 것입니다. 이 점을 독자께선 깊이 살펴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매주 수요일 오후에 한 편의 시와 그림과 같이 마당을 펼쳐서 독자 여러분을 찾아뵙고 아울러 안내하겠습니다.자작나무/도종환자작나무처럼 나도 추운 데서 자랐